외인, 최근 2주간 삼전·하이닉스 1.2조 순매수
증권가에선 디램 가격 두곤 엇갈린 전망
적극 매수 나서기 보단 업황 리스크 더욱 살펴야
[헤럴드경제=박이담 기자]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이 대거 반도체 업종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올해 3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고점 우려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어 추세적인 상승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보수적 전망도 상존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에서 반도체 기업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수세로 돌아선 지난 13일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어 SK하이닉스에도 1695억원의 순매수 자금이 들어왔다. 외국인은 이 기간 중에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조2000억원 넘게 사들인 셈이다.
외국인 자금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도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7만2000원선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최근 7만7000원선을 회복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만의 상황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반도체 업종으로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달 4일부터 23일까지 미국 반도체 ETF에 대한 순유출 금액이 일평균 424억달러에 달했던 반면, 8월24일부터 이달 21일까지는 일평균 순유입 금액이 32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금의 시각이 변화됐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에 상장된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에 6개월만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 자금은 IT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고, 외국인 지분율이 아직도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급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투심은 최근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심리가 다소 진정되면서 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원은 “연말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와 이를 앞두고 재고축적 수요 모멘텀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3분기 실적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환율 상승과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 반도체 수율 개선에 따른 원가 절감 등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은 17조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실적도 전분기보다 대폭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보다 52.2% 늘어난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가의 4분기 이후의 반도체 업종 전망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D램 가격 전망을 두고 상반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메모리 재고에 따른 세트업체들의 재고 축적 수요 둔화로 올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 전환할 전망”이라며 “이는 내년 상반기에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보다 14% 하향한 51조6000억원으로 조정했다.
반면, 기업용 데스크탑과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꾸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소비자용 노트북 출하가 둔화되고 있지만 기업용 데스크톱과 서버 수요는 개선되고 있다”면서 “특히 서버 출하량은 4분기부터 정상으로 돌아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보여 메모리 가격은 빠르게 안정화되는 궤적을 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도체 업종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장 반도체 주식을 적극 매수하기 보다는 당분간 업황 리스크 요인을 좀더 살핀 이후에 매수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다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