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 신규계약으로 확대되나
전문가들 “규제 강화, 시장불안만 더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연말 발표할 추가 전세대책에 담길 내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전세난 타개를 위해 빈집부터 상가, 호텔, 오피스텔, 도심형 생활주택까지 활용하는 방안을 ‘영끌’해 내놨지만, 전세시장의 불안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기존 임대차 계약뿐만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강력한 카드를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부동산 모습 [연합]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15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월세가격 안정 및 시장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시장 전문가, 연구기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강구 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전세시장의 ‘이중가격 구조 해소’다. 그는 “일부에서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격차도 확인되는 등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보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한 방송에 출연해 ‘연말까지 역점적으로 마련할 대책’으로 이를 거론하기도 했다.
전세시장의 이중가격은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인상폭 5% 제한)를 적용받는 갱신 계약과 이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계약 간 전셋값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7월 말 도입된 임대차3법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로 구성된다.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기존 전셋집에 2년 더 눌러앉으면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전세물건이 크게 줄었고, 집주인이 신규 전세계약을 맺을 때 4년치 임대료 인상분을 미리 받으려고 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공급 확대 방안으로 전세난 돌파에 나섰다. 지난해 11·19 전세대책에서는 공공임대 공실 활용에 더해 다세대 주택 매입, 상가·호텔 개조 등으로 공공임대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이달 15일 내놓은 오피스텔·도심형 생활주택 규제 완화 방안도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하지만,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이 한정적인 데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비아파트 물량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들 대책은 단기적으로 전세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공급 측면에서 쓸 만한 카드가 모두 나왔고 정부가 이중가격 해소를 겨냥한 만큼 ‘전월세상한제 확대’가 추가 대책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전월세상한제 확대는 기존 임대차 계약뿐만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임대료 인상폭 5% 상한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전세난을 해소하려면 공급이 일시에 늘어나야 하는데 단기간에 이를 실현할 방법은 없다”면서 “결국, 전월세상한제를 신규 계약에 적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순히 이중가격 구조를 해소하는데 초점을 둔다면 결론은 전월세상한제 확대뿐일 것”이라며 “이것이 현실화되면 전세시장이 더 위축되고 임대차 시장 불안과 함께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밀어붙이기식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전문가는 “가격을 규제해 집주인만 때려잡으면 된다는 방식은 전체 시장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의무 2년 규제 철회로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매물이 풀렸는데, 이처럼 실거주 의무 등 정책을 풀어서 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모든 임차인에게 공공임대를 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관리, 공급대책 이행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추가로 전세시장 안정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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