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 진출 활성화로 10년 뒤 지구궤도 인공위성 10만대 가능”
각국 정부, 우주쓰레기 감시 시스템 앞다퉈 구축 중
우주쓰레기 추적·관리 민간업체 급증…사업화 가속도
[록히드마틴]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957년 10월 소비에트연방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 공간에 올려보낸 이후 인류는 수많은 물체를 지구 주변 궤도로 쏴올렸다.
64년간 활발하게 이어진 우주 활동으로 인해 무한한 공간으로 여겨졌던 지구 궤도도 점점 더 붐비고 있다.
이 가운데선 인공위성과 우주선, 우주정거장 등 인류의 우주 활동에 필수적인 존재들도 있지만, 이용할 수 없는 ‘우주쓰레기’의 양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급증한 우주쓰레기는 인공위성이나 유인 우주선, 국제우주정거장(ISS) 등과 충돌해 시설에 피해를 주거나, 우주인의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 차원을 넘어서 민간 기업까지 우주쓰레기 처리에 적극 뛰어들며 새로운 사업 부문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에는 10㎝ 이상 크기 물체 약 3만4000개 이상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여기엔 인공위성은 물론 우주쓰레기도 포함된 수치다.
그 중에서도 이동 궤도가 어느정도 파악되는 물체는 약 2만9000개에 불과하다. 약 5000개의 물체는 존재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궤도와 형체를 알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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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할 점은 운용 중인 인공위성은 이들 중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지름이 1~10㎝ 정도로 더 작은 물체는 90만개가 넘고, 미세 물질까지 더할 경우 우주쓰레기가 1억개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우주쓰레기의 경우 아주 작은 크기만으로도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우주인이 머물고 있는 ISS 등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초속 7~8㎞로 움직이는 우주쓰레기는 크기가 1㎝만 돼도 인공위성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고, 10㎝ 이상 크기와 부딪친다면 인공위성이 파괴될 수 있다.
우주개발에서 민간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주쓰레기로 인한 교통사고가 더 빈번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버지니아주(州) 소재 컨설팅 기업인 브라이스테크에 따르면 2001년말까지 지구 궤도에는 771개의 활성 인공위성이 있었지만, 10년 후엔 965개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 활성 인공위성의 수는 5배가량 늘어난 약 4500개 수준까지 늘었다.
[AFP] |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가 전 세계 우주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위해 통신위성 1만1925대를 지구 저궤도에 올리겠다고 밝히며 향후 소형 위성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과학아카데미의 마키 코나키는 “10년 뒤면 10만대에 이르는 인공위성이 지구궤도에 존재할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로 스페이스X와 영국의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은 올해 3월 30일 위성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음을 뜻하는 ‘적색 경보’를 미 우주군으로부터 받았다.
원웹의 위성이 1200㎞ 고도 궤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550㎞ 궤도를 돌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과 58m 거리까지 다가간 것이다. 다행히 충돌을 피했지만 위기감은 커졌다.
심지어 민간인 우주여행 시대가 본격 개막될 경우 인명 피해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가 운영하는 라이다(LiDAR)와 같은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이 우주에 떠도는 물체를 감시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크기가 10㎝보다 작은 것은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경우에 따라 1㎝ 정도의 우주 파편도 추적이 가능하다.
또, 미국 전략사령부(USSTRATCOM) 산하 합동우주운영센터(JSpOC)는 고성능 우주감시 레이더 26대와 지름 2m 이상의 대형 우주감시 망원경 3대로 지름 10㎝가 넘는 우주쓰레기를 파악하고 있다.
고도에 따른 우주쓰레기 밀도. [NASA, 네이버] |
유럽연합(EU)로 지난 2014년 이후 EU SST 컨소시엄을 구성, 우주쓰레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추적하고 있다.
프랑스 우주국(CNES) 소속 전문가인 프랑수아 라포르트는 “아직 미국의 기술력을 따라가려면 멀었다”면서도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 유럽만의 기술력으로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러시아의 우주감시시스템(SSS)은 10㎝ 이상의 비교적 큰 파편을 목록화해 상시 감시 중이며, 한국 역시 2010년부터 천문연구원(KASI)이 우주위험감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젠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도 우주쓰레기 관리·추적·제거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모양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레오 랩스(Leo Labs)’란 회사는 알래스카, 뉴질랜드, 텍사스에 이어 지난 4월 코스타리카에 4번째 우주쓰레기 추적 레이더 기지국을 건설,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기술력으로 테니스공 크기 정도의 우주쓰레기를 추적할 수 있는 레오 랩스는 해당 데이터를 수집, 정리해 위성 운영자와 우주 기관, 미군, 보험사 등에 유상 제공하고 있다.
세계 1위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우주쓰레기를 레이더 대신 레이저 등 광학 장비를 활용해 추적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호주 퍼스에 위치한 커틴대학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파이어오팔(FireOPAL)’이란 명칭을 붙여 운영되는 해당 시스템은 20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호주 각지에서 우주쓰레기 추적 활동을 진행 중이다.
파이어오팔을 통해 2만6000㎞ 상공에 위치한 지름 50㎝ 크기 위성을 발견한 것이 최고 성과라고 록히드마틴 측은 설명했다.
레이더나 레이저 대신 망원경을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소재한 ‘엑소어낼리틱 솔루션스(ExoAnalytic Solutions)’는 망원경을 활용해 17만㎞ 떨어진 달까지 우주쓰레기를 추적하고 있다.
이 회사의 클린트 클라크 부사장은 “5개 대륙에 흩어져 있는 300여개의 망원경을 활용해 3만6000㎞ 상공 지구 궤도에 있는 자몽 크기 정도의 우주쓰레기를 10m 오차 내에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