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대검 감찰부는 아직 범죄 혐의 못 찾아
제보자 조성은, 스스로 텔레그램 대화방 삭제
손준성·김웅 대화 내용 없어 수사 난항 겪을듯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경선 예비후보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방송 ‘올데이 라방’에 출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 주목된다. 검찰과 달리 공수처는 공개 소환을 폐지하지 않고 있지만 제보자가 텔레그램 대화방을 삭제하는 등 핵심 증거물이 없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까지 수사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제보자 조성은 씨가 제출한 스마트폰 2대와 USB장치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역시 공수처에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이번 사안의 가장 큰 쟁점은 윤 전 총장이 정치권에 고발을 사주하도록 지시하거나 최소한 알고도 묵인했는가다. 그 이전에 손 검사가 실제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는지,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면 그 경위가 무엇인지 밝히는 게 선결 과제가 된다.
하지만 조씨가 제출한 스마트폰에는 김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텔레그램 대화방을 없앴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사안의 결정적 증거는 ‘손준성 보냄’이 표시된 텔레그램 메시지였다. 하지만 대화방이 없어진 이상, 실제 최초 전달자가 손 검사인지와 어떤 사유에서 김 의원을 거쳐 조씨에게 전달됐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은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입건했지만 “당시 검찰총장이었다”는 사유 외에는 별다른 범죄 혐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 수사 경험이 있는 복수의 법조인은 윤 전 총장에 대한 혐의 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윤 전 총장이 관여했다는 정황을 찾기 어려운 데다 실제 찾는다고 하더라도 고발을 정치권에 청탁한다는 게 검찰총장의 직무 범위에 있지 않기에 직권남용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참고인에 불과한 김 의원의 의원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공수처 수사 방식으로 볼 때 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진상 파악을 위해 윤 전 총장을 불러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기점으로 포토라인을 폐지한 검찰과 달리, 공수처는 공개소환제도를 유지한다. 피의자 혹은 참고인이 동의한다면 출석 일정을 공지하고 입장표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공개소환에 응해 조사받기 전 취재진 앞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총장 역시 출석을 요구한다면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은 대검 감찰부에서도 진상 파악을 하고 있다. 2일 탐사보도매체 ‘뉴스버스’에서 첫 보도한 이후 2주째 조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감찰을 수사로 전환할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을 총괄하는 한동수 감찰부장은 올해 초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서울남부지검장)으로부터 넘겨받아 대검 지휘부 보고 없이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강수를 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배당받은 김덕곤 감찰3과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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