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구상’ 지금도 북핵 해법 유효
비건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 자격으로 지난 2019년 12월 방한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와 단독인터뷰를 가진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대북 온건파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했다.
1963년생으로 지난 2018년 8월 전임자였던 조셉 윤이 물러난 뒤 6개월여 공석이었던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발탁되면서 북미협상 전면에 등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라 물러나기까지 미 대북정책의 실질적 대표로서 북미협상을 최전선에서 지휘했다. 그는 2019년 12월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으로 승진한 뒤에도 대북특별대표를 겸할 만큼 한반도문제와 북미협상에 애정을 쏟았다. 폴란드계 미국인으로 폴란드와 남북한이 공유하는 아픈 역사에 공명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들어준 폴란드식 치킨 수프와 비슷한 ‘닭한마리’를 방한 때마다 찾은 일화도 유명하다.
원래 러시아 전문이었으나 수차례에 걸친 평양 방문과 북한 측 인사들과의 접촉과 협상을 통해 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과 북한 측으로부터도 인정받는 대북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비건 전 부장관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와 폐기를 보증하면 한미가 상응 조치를 취하는 단계별 프로세스를 골자로 하는 스탠포드대 구상은 지금도 유효한 북핵문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사무국장,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역임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에는 포드에서 14년 간 국제담당 부회장을 지냈다. 그는 대북특별대표로 발탁되기 전 존 볼턴과 함께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과정에서 결정적 몽니를 부린 만큼 비건 전 부장관이 이때 기용됐다면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