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셋값 ‘공시가 2배’ 넘어

임대사업자 보증보험가입 장애

전세, 반전세·월세로 전환 증가

대출규제 전세자금 마련도 험난

비아파트도 월세 가속화…커지는 서민주거비 부담 [시장 오판 부동산 정책]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 단지 모습.[헤럴드경제DB]

“서울에서 태어난 것도 스펙이라고 하잖아요. 지방에서 올라와 부모님하고 따로 살면서는 돈을 벌어도 잘 모이지가 않아요. 특히 주거비로 나가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그나마 이번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기 시작한 재작년부터는 월세로 살던 때 보다 20만원 정도 덜 쓰고 있어요.”(서울 거주 사회초년생 A씨)

아파트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빌라 등으로도 주거난이 옮겨붙었다. 아파트 값이 치솟자 비아파트 매수에 나선 주택 실수요자들이 한 축이다. 아울러 비아파트 임차시장에서도 아파트 시장에서처럼 전세가 반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임대보증보험)’ 의무 가입이 기폭제가 됐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비아파트발 전세난이 가속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A씨처럼 전세 매물을 잡는 것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임대보증보험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주택가격으로 활용하는 공시가격의 적용 상향 등을 통해 가입 요건을 일부 완화했다. 가입이 안되는 임대사업자가 많다는 지적에 임대보증보험 가입 시 주택가격으로 활용하는 공시가격 인정 비율을 기존 최고 1.7배에서 1.9배로 올린 것이다.

가입 문턱을 낮췄는데도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는 여전히 가입이 어렵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물량의 80%는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아파트에 치중돼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빌라는 공시가격이 시세와 괴리가 크다”면서 “공시가격 대비 전세보증금이 2배를 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이런 전세계약은 거의 다 보증보험 가입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보증금을 줄이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조차 보험 가입을 위해 임대사업자들에게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서울의 오피스텔과 빌라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1인 가구가 주 수요층이다.

서대문구 A공인 대표는 “을지로, 광화문 등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사는 오피스텔은 연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세가 최소 80만원 정도 한다”면서 “대학생들은 그보다는 싼 60만원짜리 다세대 빌라 원룸을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익형 부동산이라 월세가 대다수이지만 전세매물도 일부 나온다”면서 “전세매물은 인기가 좋아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덧붙였다.

신촌 B공인 대표도 “10평 짜리 오피스텔 월세가 90만원인데 전세는 2억2000만원이어서 대출로 전세보증금 80%를 구해도 매달 내야하는 은행이자가 60만원 아래”라면서 “임차인 입장에선 전세가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전세자금대출마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도 비아파트의 월세화 가속은 심각하게 봐야할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 사는 이들은 매달 수입의 20~30%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고, 전세 세입자는 10%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는 비아파트에서 월세화가 된다는 것은 서민 주거비 부담이 심각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의 그릇된 정책으로 아파트에 이어 비아파트까지 월세화 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각계각층의 주거사다리를 끊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