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발표 전날 두 아들 승진
‘매각가 높이려는 포석’ 관측도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지난 5월 4일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혼선’(?) 행보로 남양유업 매각이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종 계약 마무리까지 홍원식 전 회장 측과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지난한 싸움도 예상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매일 6시30분께 남양 본사 15층 회장실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측은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있고, 매각업무 처리를 위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해임된 장남 홍진석 상무는 지난 5월 26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복직했다. 남양유업이 국내 사모투자 전문회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을 발표하기 전날이었다.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다. 또 남양유업이 2분기 마이너스 실적을 냈음에도 홍 전 회장은 8억80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홍 회장 일가 4명이 포함된 이사 6명이 챙긴 보수만 50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홍 전 회장 측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법률대리인으로 새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계약무효 소송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조됐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한 언론을 통해 “로펌을 선임한 것은 계약 파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홍 전 회장 측의 이 같은 행보가 ‘결국 가격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남양유업 매각 가격은 계약체결일 종가 기준 주당 43만9000원의 1.8배인 3107억원(주당 82만원)으로 산정됐다. 5월 12일 주당 36만원 선이던 남양유업 주가는 매각 발표 후 폭등해 70만원에 이르렀다. 7월 1일에는 81만3000원을 찍었는데 이 가격은 한앤코가 프리미엄을 얹어 사기로 한 주당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지난 5월 27일 매각 발표 이후부터 임시주주총회 연기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29일까지 48.75% 증가했다. 홍 전 회장으로선 프리미엄을 못 챙기고 팔았다는 후회가 나올 수 있다.
강제 주식매매를 위한 계약(SPA) 이행 소송까지 가게 되면 한앤코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홍 전 회장과 계약서를 작성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의도 받은 데다 인수자금도 마련했기 때문에 ‘계약 이행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볼 수 있어서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홍 회장은 이미 공시를 어긴 꼴이지만 현 상황에서 소송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 “매각 종료에 일단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