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서 액체금속 ‘T-1000’을 연기한 이병헌. [파라마운트픽처스] |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아까 그 사람도 아저씨처럼 터미네이터인 거죠?”
“나와는 다르다. 신형 프로토타입인 T-1000이다.”
“대체 그게 뭐죠?”
“액체금속(Liquid metal)이지.”
터미네이터2에 등장한 액체금속 악당. [트라이스타픽처스] |
영화 터미너네이터에 등장하는 악당 ‘T-1000’은 액체금속으로 구성돼 있다. 몸의 형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온몸이 분해될 정도의 강한 충격에 흩어진 부위들을 원상 복구하는 막강한 회복력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 ‘액체금속’의 실제 전자구조를 밝혀내 화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이론 모델로만 예측했던 ‘액체금속’의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지난 50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액체금속 ‘실체’가 드러나면서 전력 수급난을 획기적으로 해결하고, MRI 등 의료기기 등에 혁신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도 실려 국내외 높은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실험적으로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배열이 규칙적인 고체금속은 전자구조를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수은과 같은 액체금속은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꿀 수 있어 그 전자구조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고 평가돼 왔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앤더슨과 네빌 모트 등도 1960년대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이론 모델로 예측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실험적으로 발견된 적은 없었던 것이다.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액체금속을 직접 측정하는 과거의 방식과는 달리, 결정고체 위에 알카리 금속을 분사해 그 사이에 계면을 관측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액체금속의 전자구조가 발견된 결정 고체와 액체금속의 계면.바닥 부분에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물질은 결정 고체를 나타내고, 그 위에 불규칙적으로 분포하는 액체금속은 표면 도핑된 알카리 금속 원자들을 나타낸다.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 |
연구팀은 검은인(흑린)이라는 결정 고체 표면에 알카리 금속(나트륨, 칼륨, 루비듐, 세슘)을 뿌렸다. 그 결과 뒤로 휘는 독특한 형태의 전자구조와 ‘유사갭’을 발견했다.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경우 전자는 불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갖게 되는데, 1968년 네빌 모트는 이 현상을 ‘유사갭’이라고 표현했다.
연구책임자인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유사갭’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응집물리학의 풀리지 않는 난제 중 하나인 고온초전도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며 “초전도는 영하 200℃처럼 극히 저온에서만 규명돼 우주 등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고온에서도 초전도를 구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학계에서는 고온초전도 현상의 매커니즘을 규명해 상온 초전도 개발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손실 없는 전력 수송이 가능해 자기부상열차, 전력수급난 해결, MRI와 같은 의료용 진단기기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구팀 총괄책임자 김근수 연세대 교수 [김근수 교수 연구팀] |
이에 이번 연구 성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8월 5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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