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發 리더십 위기…당내 불만 일거 분출 분석
‘최재형 입당’에 분위기 반전…“이준석 흔들기 도움 안돼”
김종인 “불만있어도 감싸야…李, 최연소 대통령 가능성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허니문 기간은 끝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냉온탕을 오갔다. 36세 제1야당 대표의 파격적인 행보에 쏟아지던 갈채도 잠깐,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몰고 온 거센 당 안팎의 비판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리스크’란 단어도 부상했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이준석 돌풍’이란 단어가 지면을 도배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심한 온도차다. 단순히 재난지원금 때문이 아닌, 이 대표의 파격적인 시도와 발언에 대해 내재돼있던 당내의 불만이 일거에 분출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발단은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회동에서 나온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다. 선별지원을 주장했던 기존 당론과는 정반대인데다, 사전에 별다른 당내 의견수렴 과정이 없다는 점이 표적이 됐다. “실망스럽다(원희룡 제주지사)”, “제왕적 당대표(윤희숙 의원)”, “황당한 일(조해진 의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가 즉각 라디오 인터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을 우선하고, 남는 재원으로 전국민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 “확정적 합의가 아닌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것”, “최종 결정 창구는 원내지도부”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
앞서 불거진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 논란과 외신 인터뷰 등에서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까지 포함해 이 대표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당내 일각에서는 “월권행위를 자제하라”, “리스크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훈수를 두기도 했다.
‘위기의 이준석’을 구한 것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지난 15일 이 대표를 예방한 최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한지 17일 만이다. 당초 사퇴 후 일정기간 제3지대에 머무를 것이란 정치권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입당 직후 취재진을 만나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된다고 판단했다”며 “이 대표님이 취임하신 이후 국민의힘이 새로운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고, 그러한 노력이 국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지켜봤다”고 입당에 속도를 낸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최 전 원장의 입당 여세를 몰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한층 높이는 등 국면 전환에 나선 상태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의 도움을 받으며 모바일 입당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
당 안팎에서도 이 대표를 두둔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혁신’의 상징이 된 이 대표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오히려 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등 좋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유경준 의원은 “젊은 대표를 시원하게 한 번 믿고 지원해주는 것이 우리 의원들과 당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의 당선과 행보 하나하나가 우리당의 변화와 상징이 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당내 어른들의 ‘훈수’는 요즘 말로 ‘꼰대행세’로 비춰질 뿐”이라고 꼬집었다.
당내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 역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해명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며 “(이 대표는)먼저 소상공인 등에 (재난지원금을)집중하고 여력이 있으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검토하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언론이 일제히 ‘합의했다’고 보도하니 곤란해진 것”이라고 감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준석 대표가 성공을 해야 국민의힘이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 호텔 식당에서 만찬 회동한 뒤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연합] |
김 전 위원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다소 초기에 실수 같은 것을 해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을 감싸고 잘 보호 해줘야 당의 미래가 있는 것이지 그것을 갖다가 자꾸 이 대표를 끌어 내리려고 하면 당의 발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중진이라는 분들은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당대표가 됐으니까 다소 불만스러움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걸 가지고 깎아내려서 이 대표를 흔들어서는 아무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 이기면 지방 선거는 상당히 유리하게 이길 수 있다”며 “그리고 나면 (이 대표가) 아직도 국회의원 한 번도 못 했으니까 22대 국회의원에 출마를 해서 국회에 진출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 후대에 대통령 후보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연소 대통령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