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활보 ‘조용한 전파자’ 배제못해

전문가 “데이터 없지만 영향 가능성”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도입 초기부터 부작용으로 지적된 ‘가짜 음성’(위음성) 판정이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음성 현황 집계 등 사후 모니터링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6일 진단검사의학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앞서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음성’을 확인했다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는 표준 진단법인 유전자증폭(PCR) 진단법을 대체할 수 없고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 양성이 나타나는 경우 반드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음성이 나와도 감염이 의심되거나 증상이 있으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많은 사용자가 이런 규정을 무시한 채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사회를 활보하다가 ‘조용한 전파자’가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 이사장인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병원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분 중에는 자가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안심하고 근무하다가 역학적으로 관련 있는 다른 사람이 확진돼서 진단받으러 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도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유행 상황에 대한 자가검사의 영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양성인데 자가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돼서 일상생활을 한 후 나중에 증상이 악화해 확진된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용한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문제는 보건당국이 자가검사키트 사용 현황이나 위양성·위음성 데이터 수집 등 사후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위음성 현황에 관한 자료를 구하려고 했는데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두 자가검사키트가 ‘진단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니터링 책임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서 자가검사가 방역에 얼마나 방해가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이는 도입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번 4차 대유행이 발생하기 두 달 전 무렵부터 서울시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해서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할 수 있게 했던 것이 일종의 방역 완화 ‘사인’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부작용 우려 속에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위음성 환자 일부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가검사 도입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