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하락세 ‘뚜렷’…潘에 정치참여 조언 구해
반기문 “난관 있을 것…진인사대천명 자세로 임해야”
“‘제2의 반기문’ 정면돌파” vs “시기·순서 적절치 않다”
“尹, 주류 아닌 변방만 터치”…최재형 전격 입당과 비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나 “앞으로 많은 어려움,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진인사대천명 자세로 열심히 하면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명심하겠다”고 화답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 국면을 접어든 윤 전 총장이 전날 ‘진보 인사’로 꼽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난데 이어 ‘중도’ ‘제3지대’를 대표했던 반 전 총장과 만난 것이다. 대권 도전 선언 후 보수일색, 반문(반문재인) 일변도의 행보라는 지적을 받아온 윤 전 총장이 외연확장을 염두에 두고 잇딴 회동을 기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범야권에선 윤 전 총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반기문재단에서 반 전 사무총장을 만나 “진즉에 찾아뵙고 가르침 받고 해야 하는데 늦었다”고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윤 전 총장에게 “일단 예비후보로 등록하셨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발표하셨으니 진인사대천명하는 자세로 열심히 하시면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중도·보수진영의 유력 대선후보로 급부상했으나, 유엔 사무총장 직무 후 귀국해 대권 행보를 시작하고 고전 끝에 3주 만에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이날 윤 전 총장과 반 전 총장의 회동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제2의 반기문’ 프레임에 대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분석을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의 예를 ‘반면교사’ 삼아 반등의 계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반 전 사무총장과의 만남이 시기와 메시지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반 전 사무총장의 정치적 이미지는 ‘낙마’, ‘중도하차’다”며 “왜 굳이 이 시기에 반 전 사무총장을 만나 ‘낙마’ 이미지를 덮어쓰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윤 전 총장이 반 전 사무총장을 만나는 목적은 국제관계, 외교에 대한 조언을 얻는 것과 정치 입문 경험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것 2가지일 것”이라며 “순서가 거꾸로 됐다. 반 전 사무총장을 처음에 만나 정치 참여 조언을 얻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과 같은 날, 같은 시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주변부 인물만 만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는 주류 진입이 관건인데, 윤 전 총장이 최근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변방을 자꾸 터치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반 전 총장은 인기는 있지만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보수의 원로, 이준석 대표 등과 광범위하게 소통하면서 본인의 기반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