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쿠데타 발생 후 시민 894명 사망…“내전 가능성”

유엔 인권수장 ‘미얀마 군부 압박’ 주장에 中 반대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미얀마의 폭력중단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군부 압박에 국제사회가 단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얀마가 내부적으로 해결하도록 국제사회가 군부에 대한 부적절한 제재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미얀마 사태 해결 전망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7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전날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미얀마의 내전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고, 동남아 지역 불안정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잔인하게 진압하면서 야기되는 ‘대재앙적 위험(catastrophic risks)’을 경고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최근 미얀마 상황은 정치적 위기에서 다차원적 인권 대재앙으로 발전했다”며 “전국적인 고통과 폭력이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을 파괴하고 있고, 국가 붕괴나 더 넓은 범위의 내전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2월 1일 쿠데타 이후 거의 900명이 숨졌고, 약 20만명이 군경의 공격 때문에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최소 5200명이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의 민주주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치명적인 무기가 미얀마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미얀마 군부의 친구’로 꼽히는 중국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유엔 인권수장 ‘미얀마 군부 압박’ 주장에 中 반대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AP]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9차 세계평화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면서 “미얀마의 민주적 정권교체 과정의 우여곡절은 본질적으로 미얀마 내부 문제다.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대화와 협의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얀마 쿠데타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부 문제’라고 주장하며 러시아와 함께 유엔이 미얀마 군부에 조치하려는 시도를 막았다고 미얀마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 때문에 미얀마 시민들은 주(駐)미얀마 중국 대사관 앞에서 계속 시위하고, 중국 국기와 시진핑 국가 주석 사진을 불태우며 불만을 표출하는 등 ‘반중 정서’가 고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