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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재의 현장에서] ‘기념주화·천국의 계단’...특금법 앞둔 가상자산시장 풍경

‘아인스타이늄(EMC2) 기념주화로 사봤습니다.’

금융 당국의 가상자산시장 규제 강화를 앞두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대규모 코인 상장폐지가 잇따르는 시점에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에서는 ‘기념주화’라는 말이 유행 중이다.

기념주화란 국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뜻깊은 행사를 기념해 특별히 만든 주화를 말하지만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에서는 상폐를 앞둔 코인을 소량 구매해서 추억으로 남겨두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상장폐지가 된 코인은 자신의 거래 내용에 해당 종목의 이름만 남은 상태로 유지된다. 사실상 디지털 조각만 남는 셈인데도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수익을 많이 남겨준 코인을 기념하고 싶다’거나 ‘이 종목을 끝으로 코인 거래를 그만두겠다’며 앞다퉈 기념주화 인증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가상자산시장에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을 통칭)의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천국의 계단 차트를 조심하라’라는 말도 돈다.

‘천국의 계단 차트’란 가격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개인투자자들의 추격 매수를 유도한 뒤 단숨에 물량을 던져 하락시키는 시세조종을 뜻하는 말이다. 차트가 끝없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 싶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모양이라서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대표적으로 센티널프로토콜(UPP), 피르마체인(FCT2) 등 이름도 생소한 알트코인이 한순간에 200% 가까이 상승했다가 반 토막이 났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가장 큰 업비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같은 세력의 시세조종은 중소 거래소의 경우 더욱 심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이 끝물이다, 시즌 2가 끝났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

시장정보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국내 거래대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비트와 빗썸 앱 이용자 수는 각각 329만4953명, 101만5593명으로 올해 3월 업비트 136만888명, 빗썸 64만4193명 대비 여전히 2배에 가까운 규모를 유지 중이다.

이처럼 가상자산시장은 여전히 뜨겁지만 정책 당국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의 기싸움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국은 거래소 검증에 대한 은행권의 ‘면책’요구를 거부하고 있고, 당국의 ‘떠넘기기’에 주요 시중 은행들은 거래소 검증작업에서 손을 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9월 특금법 시행에 맞출 수 있는 거래소는 현실적으로 기존 실명 계좌가 제휴된 4곳뿐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외 거래소를 찾고 있으나 여당에서는 ‘해외 거래소도 규제하겠다’는 엄포만 놓고 있다.

신뢰는 그 자체로 돈이 되지 않지만 신뢰를 잃었을 때 함께 잃는 것의 가치는 잴 수 없다.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선언한 이상 투자자들과 업계에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당국의 은행업계와의 조속한 합의와 투자자와 업계를 위한 법률 정비가 시급하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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