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영국 4위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스 인수전이 가열하고 있다. 새 주인이 거의 확정적으로 보였는데 미국 사모펀드가 참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인수금액 ‘10조원의 전쟁’으로 판이 달아오른 형국이다.
미 사모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이하 아폴로)는 5일(현지시간) 모리슨스 인수전 입찰 가능성을 한 언론이 보도한 뒤 성명을 내고, 입찰 예비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모리슨스는 지난 3일 소프트뱅크 소유의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이하 포트리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63억파운드(약 9조8763억원)를 받고 매각하는 안에 동의했다. 주주에게 주당 252펜스의 현금과 2펜스의 특별배당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55억파운드를 써낸 경쟁 사모펀드 클레이튼 더빌리어 앤드 라이스(CD&R)를 제쳤다. 포트리스 측은 인수 뒤에도 경영진과 경영전략을 유지하겠다고 했고, 점포에 대한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 앤 리스백)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폴로의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모리슨스의 주가는 이날 런던증시에서 12% 급등했고, 포트리스가 제안한 것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모리슨스는 포트리스가 아닌 다른 입찰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그렇게 해도 별도의 수수료가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이터도 모리슨의 이사회가 다른 제안을 고려할 신탁 의무가 있다고 했다.
아폴로는 지난해 영국의 3위 슈퍼마켓 아스다(ASDA)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65억파운드를 제시한 영국 억만장자 이사(Issa) 형제와 사모펀드 TDR캐피털에 뒤져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만큼 모리슨스에 욕심을 내볼만 하다는 관측이다.
사모펀드가 영국 슈퍼마켓에 입질을 하는 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동안 식료품 지출 증가로 한층 강화한 이들의 사업모델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슈퍼마켓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라는 풀이도 있다.
모리슨스는 제조시설 뿐만 아니라 500개 매장의 약 85%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 자산의 최근 평가액은 60억파운드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입찰자들에게 매력적인 지점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122년 역사의 모리슨스는 약 11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 자료를 인용, 모리슨스를 품에 안으면 영국 상장 기업 최대 인수가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모펀드도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며 론스타도 아스다에 관심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외국계 사모펀드의 입찰이 영국 정치권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당부터 지난 3일 이런 사모펀드의 모리슨스에 대한 잠재적 인수를 놓고 면밀한 조사를 요구했다.
모리슨스의 주요 노조인 유나이트(Unite)도 회사 인수시 일자리와 근로조건에 대한 보증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