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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500건 배달하면 보너스”…쿠팡이츠 너무 달린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쿠팡 배달 500건, 순식간에 해치우고 배달의민족 뛰자!”

쿠팡이츠가 일정 기준 이상 배달업무를 처리한 배달기사들에게 ‘보너스’를 내걸면서 배달기사들의 과속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다음달부터 배달완료 횟수, 배달완료율 등을 기준으로 배달기사에게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에 따라 배달비를 차등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용한다. 가장 높은 등급(‘레전드’)을 부여받은 배달기사는 건당 배달비가 6500원에 달한다. 기본 단가 2500원의 2.6배다.

문제는 이 등급을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레전드’ 등급을 받으려면 ▷한 달에 배달 500건을 처리해야 하고 ▷그중 배달이 몰리는 점심·저녁 피크시간대에 처리한 건수가 36회 이상이어야 하며 ▷호출(콜)을 수락했다가 취소한 비중이 전체 수락 건수의 10% 미만이어야 한다.

[쿠팡이츠]

한 달에 500건의 배달을 처리하려면 일주일에 5일을 근무한다고 했을 때 하루에 25건을 소화해야 한다. 쿠팡이츠에서는 한 번 배달할 때 한 집만 배달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배달 건수는 숙련된 배달기사라고 할지라도 3, 4건에 그친다. 비숙련자의 경우 하루 8시간가량을 꼬박 도로 위에서 보내야 ‘레전드’ 등급을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달기사를 과속으로 내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쿠팡이츠가 일부 배달기사를 상대로 진행했던 ‘미션 프로모션’을 두고 잡음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쿠팡이츠는 주문 수요가 많은 서울과 경기 지역 내 배달기사들의 업무참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점심 혹은 저녁시간대 2시간 동안 7건의 배달을 완료할 때 추가 보수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특히 해당 프로모션은 배달 효율이 높은 이륜차를 제외하고 자전거·자동차를 이용하는 배달기사들을 상대로만 진행됐다. 당시 배달기사 사이에서는 “2시간 동안 7개면 건당 15분 수준인데, 이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라이더들이나 할 수 있는 시간” “배달 7개 미션은 라이더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우는 것” 등의 지적이 나왔다.

쿠팡이츠 배달기사는 한 번 배달할 때 한 집만 배달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배달 건수는 숙련자라 할지라도 3, 4건에 그친다. 최근 쿠팡이츠가 내건 ‘성과별 리워드 제도’에 따라 보너스를 받으려면 비숙련자는 하루 8시간가량을 꼬박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는 셈이다. [쿠팡이츠 광고영상 캡처]

심지어 일부 숙련된 배달기사는 쿠팡이츠에서 배달 500건을 처리한 뒤 배달의민족에서도 업무를 병행해야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무리한 업무전략을 공유하기도 한다. 점심·저녁 피크시간대에는 ‘레전드’ 등급을 달성하지 않더라도 기존부터 높은 배달비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배달 단가가 낮은 시간에만 쿠팡이츠에서 업무를 수행해 보너스(2500원→6500원)를 챙기고, 이후에는 한 번에 여러 배달을 묶어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는 “그렇지 않아도 운전이 힘든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쿠팡이츠가 내건 기준을 채우겠다고 무리하게 운전하다가 사고비용으로 형편이 어려워지는 초보 기사들이 쏟아질 것 같다”고 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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