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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드라마 ‘마인’이 던지는 질문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N 토일극 ‘마인(Mine)’이 화제다. 우리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재벌가의 사는 모습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돌아다니기도 여의치 않은 팬데믹 시대에 재벌가의 저택과 호사, 사치와 그들이 제공하는 가십(gossip)을 간단하게 안방에서 보는 재미가 있다.

효원그룹의 출생의 비밀과 함께 베이커리 체인점 CEO였던 효원가(家) 딸 한진희(김혜화)의 직원에 대한 갑질 등은 낯설지 않는 소재다.

마시는 공기도 우리와는 다른 ‘마인’의 대저택, 현대건축의 외관 디자인만으로도 압도적인 ‘카덴차’에는 첫째며느리 정서현(김서형)이 살고, ‘루바토’에는 둘째며느리 서희수(이보영)가 산다.

직원들을 다루는 방식 등에서 철저하게 재벌가의 삶의 방식을 체화한 정서현과 배우를 하다 영국의 어느 허름한 스시집에서 효원 둘째 아들 한지용(이현욱)을 알게돼 며느리가 된 서희수는 서로 다른 캐릭터다.

웅장한 저택과 각 인물들의 성향에 따른 공간들은 더욱 시선을 강탈하며 이제껏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리얼한 상류층의 모습을 보여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호화, 사치는 부러우면서 왠지 공허하다. 아니. 무슨 일이 펼쳐질지 무섭다. 인물마다 결핍이 있다.

효원그룹의 왕사모인 양순혜(박원숙)는 괴팍하고 포악하다. 우아한 척하지만 착장과 외모도 무시무시하다. 물론 그녀의 포악함은 결혼생활 4년 만에 다른 여자가 생겨 혼외자인 지용을 낳으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가족과 직원들과 함께 어울지지 못하고 공작새하고만 논다. 공작새에게 매번 날개를 펴달라고 하자, 공작새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버렸다.

이 집의 장남 한진호(박혁권)는 열등감 투성이로 매일 복권이나 긁고 있고, 그의 아들인 효원가 장손 한수혁(차학연)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

스위트하고 젠틀하게 보여 가장 멀쩡할 것 같았던 둘째 아들 한지용마저도 사설격투장에서 돈가방을 던져주며 자신만을 위해 피터지는 격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비정상’이다.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은 내레이션과 심리상담을 담당하고, 성경공부 모임인 일신회의 멘토인 엠마 수녀(예수정)이다. 하지만 평범한 수녀라기엔 명품 백을 들고, 또 효원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엠마 수녀도 비밀이 있는 듯하다.

‘마인’에는 선을 넘는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효원가 사람들과 메이드, 집사, 튜터는 지켜야될 선이 분명하게 있다. 물론 효원과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질서다. 이 걸 넘어설때 질서가 깨지며 충돌이 일어나고 불편한 진실도 마주하게 된다. 이 ‘선’은 영화 ‘기생충’의 냄새와도 같은 것이다.

서희수가 한지용의 아들 하준의 프라이빗 튜더 강자경(옥자연)에게 “선을 넘지말라”라는 말을 자주 한 것은 결국 강자경이 하준의 친모로 밝혀지는 충격으로 이어졌다. 한 집에서 아들의 생모와 아내를 동시에 곁에 두고 사는 지용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마인’은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관심 못지 않게 촬영지인 원주 ‘뮤지엄 산’ 등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서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만들어놓은 게 질서라고 하지만, 수혁이 자신의 큰 방에서는 잠을 자지 못하고 메이드 김유연(정이서)의 좁은 방에서야 잠이 잘 온다는 건 상징적이다.

크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만이 좋은 게 아니다. 드라마는 “화려한 재벌가의 이들이 계속 가지려고 하는 게 뭐니?”라고 묻는 듯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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