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분기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승승장구를 달리던 카카오가 연일 인사 문제로 논란이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앞서 인사평가제 논란이 불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고성과자에게만 선별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해 반발에 부딪혔다. 선별 복지에 대한 정책을 전체 공개하지 않고 진행해 더 화를 키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사업 확장과 성장세 이면에 보상에 대한 직원들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일부 고성과자들에게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선별복지 제도를 마련하려고 하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숙박 지급 대상은 긴급 프로젝트·태스크포스(TF) 등에 참여한 직원들로, 각 부서에서 자체 선발했다. 총 72명이 2박 숙박권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용(좌)·여민수(우) 카카오 공동 대표 [카카오 제공] |
문제는 해당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나 공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다수 직원들이 이를 모르다가, 사내에 ‘회사가 해당 복지를 위한 예약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공론화됐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회사가 모호한 성과 책정으로 직원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반발했다. 또한 해당 정책은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회사의 복리후생 시설을 누려야 한다’고 명시한 카카오 단체협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이번 제도가 고성과자 전용이 아닌 스팟(단발)성 보상 제도라고 설명했다. “긴급 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 활동 등으로 번아웃이 우려되는 크루들이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자 기획됐다”는 설명이다.
사전 공지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단 지적에 대해서도 “파일럿 형태로 운영한 다음 임직원 의견을 반영해 시기와 대상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사내 내부망에 “회사의 성장과 혁신에 기여한 동료들을 배려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자 고민하는 과정”이라며 ‘이해를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직원들이 해당 글에 누른 ‘싫어요’ 갯수가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오를만큼 우호적인 기업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입사하고 싶은 회사 선호도 순위 [사람인] |
지난달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270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기업’ 선호 순위를 조사한 결과, 카카오가 16.9%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11.7%), 네이버(6.1%)를 큰 폭으로 제쳤다.
특히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았다. 1002명의 20대 응답자 중 20.9%가, 1086명의 30대 응답자 중 20.5%가 카카오를 가장 입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카카오가 ‘꿈의 직장’으로 불리게 된 이유에는 그동안 회사가 강조해온 수평적인 사내 문화 영향도 크다.
카카오는 여지껏 ‘카카오스러움’을 강조하며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표방해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직급체계를 없애고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 모두가 영어이름을 사용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 제공]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 10주년을 맞아 전 직원에게 “사람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가 일을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영어 호칭, 모든 정보 공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며 “‘카카오스러움’의 문화를 회사의 성장에 맞춰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수평적 문화를 강조해온 만큼, 선별적인 복지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과 불만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카카오의 인사 제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성과 책정을 위한 다면평가 중동료평가 항목으로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가”라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일부 직원들은 당사자에게 평가 결과가 고스란히 공개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달 평가 제도와 보상 등 인사 전반 문제를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 ‘길’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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