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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가상화폐와 일본

높은 투자 리스크에도 가상화폐에 돈이 몰린다. 수천종의 가상화폐 가운데 단연 발군은 ‘비트코인(Bitcoin)’ ‘도지코인(Dogecoin)’이다. 심지어 가상화폐의 기축통화로 대접받는 비트코인은 미국달러와 황금을 넘어서 디지털 시대의 ‘다이아몬드’가 될 것으로 신봉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아날로그 감성의 일본이 이 두 가상화폐와 깊이 연관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는 ‘나카모토 사토시’다. 2009년 초 비트코인 프로토콜과 코어를 만든 인물이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일본에서 흔한 이름이다. 일본식 한자로 ‘中本哲史’로 표기하기도 한다. 그가 ‘일본인 남성’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명인지, 여러 개인의 집합체인지는 불분명하다.

일본 정보통신(IT)업계와 학계에선 도쿄대 강사였던 ‘가네코 이사무(1970~2013)’를 ‘나카모토 사토시’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가네코는 도쿄대 정보이공학계 특임 조교를 거쳐 정보기반센터 슈퍼컴퓨팅 연구 특임 교수를 지냈다. 그는 40대 초반 일찍 세상을 떴다. 나카모토가 초기에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만개의 비트코인이 암호화폐시장에 매도물량으로 나오지 않는 것은 그가 이미 저세상 사람이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비트코인의 출현을 알린 나카모토의 첫 논문이 일본어가 아닌 완벽한 영어로 쓰인 걸 근거로 ‘일본계 서양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밈 코인(장난식 코인)’인 도지코인은 일본 ‘시바견(柴犬)’을 모티브로 한 암호화폐다.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장난삼아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이 코인을 활용하는 사업은 거의 없다. 화폐 단위로 사용되는 비트코인과 달리, 실험성과 재미를 위해 운영되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도지코인에 등장하는 노란 털의 개가 바로 ‘시바견’이다. 아키타현 등 동북부 추운 지방에서 자란다.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현존하는 6종의 일본 재래종 개 가운데 가장 작다. 반려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인들이 매우 좋아한다. 시바견의 어원인 ‘시바(柴)’는 고원지대의 키가 작은 ‘잡목 숲’을 뜻한다. 노란 털색이 마른 잡목 숲과 닮았고, 숲속을 민첩하게 다니며 사냥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디지털화에 낙후됐다는 평을 듣는 일본이 가상화폐의 출범과 활성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건 아이러니다. 실제로 가상화폐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아직 다른 나라보다 낮은 편이다. 직접 투자하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의 주요 언론도 가상화폐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 사립대학의 한 교수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 중에도 가상화폐에 관심을 두거나 실제 투자하는 학생이 드물다”며 “디지털시장 동향에 너무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할 정도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리스크 투자를 좋아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안정 선호’ 성향이 가상화폐 대응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나카모토가 진짜 ‘일본인’이고 살아 있다면, 요즘 일본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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