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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미정상회담, 백신 활로·반도체 공급망 강화 성과를

한미 정상회담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다. 두 정상은 별다른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변호사 출신이고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김대중-빌 클린턴 이후 20년 만에 진보 계열 대통령이 호흡을 맞추게 된 점이 주목된다. 이 같은 공통점과 호감이 양국 간 현안인 백신 협력과 반도체 동맹, 북핵 대화, 인도·태평양 안보협의체(쿼드) 등의 의제에서 원활한 소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할 제1과제는 역시 백신 확보다. ‘백신 낙오국은 경제성장도 없다’는 게 불문율처럼 된 시대이니만큼 백신 확보는 이제 사활적 문제다. 전경련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은 정상회담에서 얻어내야 할 가장 중요한 성과로 ‘백신 스와프’(31.2%)를 꼽았다. 얼마 전 미국을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화이자 백신 추가 확보에 성공한 전례를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양국 간 백신 협력은 우리가 미국에서 백신을 미리 받았다가 나중에 갚는 ‘백신 스와프’에 머물 일이 아니다. 미국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CMO)하는 백신 빅딜 차원으로 올라서야 한다. 미국은 원천기술과 원부자재에, 한국은 바이오 생산능력에 강점이 있어 효과적인 분업이 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를, 휴온스 한국코러스 등이 러시아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데 더해 삼성바이오가 세계적 선호도가 높은 모더나 또는 화이자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미국이 중·러의 공격적인 백신 외교전에 맞서 글로벌 백신 공급망의 키를 쥐려 하는 만큼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카드다.

팬데믹이 만연화·일상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손에는 백신을, 다른 손에는 반도체를 들고 있어야 한다. 반도체는 비대면경제의 핵인 데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선언한 마당이어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심대하다.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우리가 백신을 얻어내려면 미국이 목마른 반도체를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대만의 삼성전자 격인 TSMC는 탈중국·반도체를 등에 업고 미국이 주도하는 신(新)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멤버가 됐다. 삼성전자 20조원 등 국내 4대 기업이 4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패키지를 마련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백신의 활로를 뚫고 ‘K-반도체’의 위상도 높여주는 계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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