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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우려
강명헌 전 금통위원
단국대 명예교수

올 들어 세계 경제는 백신 접종과 미국 등 주요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30년래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6.4% 증가하고 소비는 10.7% 급증했고, 4월 실업률은 지난해 4월 14.8%에서 6.1%로 급락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생산이 재개되고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4월 소비자물가는 시장 예상치(3.6%)를 크게 웃도는 4.2% 상승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도 백신 접종 속도는 느리지만 경기회복이 가시화됨에 따라 올해 성장 전망은 장미빛 일색이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3.5%)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3%)와 국제통화기금(IMF·3.6%)에 이어 상향했다. LG경제연구원과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4%대 성장을 전망했다. 4월 수출액은 41.1% 늘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소비자물가는 2.3% 상승해 2년 6개월 만에 물가 목표치 2.0%를 넘어섰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물가 목표치를 넘어서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인상하고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국채 매입을 줄일 가능성을 내비치자 시장이 충격을 받아 발작을 일으키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에 나스닥지수가 급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미국이 출구전략에 나서면 신흥국의 자본 유출, 자산 버블 붕괴 등 세계 금융시장에 긴축 발작이 일어난다.

지난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일부 자산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와 함께 일시적인 공급충격으로 다소 올라갔지만, 과거 재정부양이 소진됐을 때 저물가 상태로 다시 복귀했듯이 하향안정화가 예상된다. 지금의 상황은 경기회복 초입에 나타나는 완만한 물가상승과 금리상승을 동반하는 ‘적정한 인플레이션’인 리플레이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제기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우려는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경제를 포함해 세계 경제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겠지만 그 현상은 일시적이며 특별히 심각하거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지표로만 보면 경기 회복세는 뚜렷하지만 백신 확보, 집단면역, 코로나19 재확산 등 여전히 다수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민간소비, 고용 등 실물경제가 뒤따르지 못할 경우 과도한 기업이나 가계 부채가 오히려 디플레이션 저항을 만날 수도 있다.

섣부른 금리 인상과 재정 정상화 같은 긴축 전환은 시기상조로 가까스로 살아난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벌어진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고용시장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 부문에 정책 여력을 집중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긴축에 대비해 그동안 풀린 유동성을 점진적으로 흡수해 기업 및 가계 부채를 연착륙시키고, 불요불급한 포퓰리즘성 재정 지출은 과감히 줄여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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