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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영길의 법조 레프트훅]정경심 재판 증거조작설…실체 따져보니
‘검찰이 파일 조작’·‘범행시점에 컴퓨터는 동양대에’
‘조작론’ 여권 지지자들 주장 김의겸 의원까지 가세
변호인, 검찰 USB 접촉 문제삼았지만 ‘조작’ 주장 안해
IP주소 새로 나왔지만 동양대 주소로 밝혀지지 않아
1심도 “IP주소 단독으로 장소 특정 못해” 이미 판단
공소유지 고형곤 검사, ‘최순실 태블릿’ 때도 조작설 극복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정경심 교수 항소심 재판이 증거조작설에 휘말렸습니다. 변호인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파일이 담긴 컴퓨터를 증거로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면서부터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퍼졌던 증거조작설은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는 증거조작설에는, 법정에서 변호이 내놓은 주장 외에 지지자들의 주관적 추정이 섞여 있습니다. 검찰의 반박이 가능한 부분도, 1심 때 이미 판단이 나온 점도 있습니다. 과연 현 시점에서 이 사안을 검찰의 증거조작사건으로 볼만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PC에 접속한 검찰 USB와 새로 발견된 IP주소, 어떤 의미?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4월 12일 오후 정 교수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증거조작설’의 골자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지난 4월 12일 열린 공판에서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담당하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가 주장한 내용을 토대로 합니다. 정 교수 측에서 증거로 채택된 컴퓨터 2대를 입수해 분석해 보니, 증거로 쓰면 안되는 정황이 새로 나왔다는 겁니다.

하나는 검찰이 표창장 위조 파일을 동양대 PC에 넣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의 표창장 파일이 생성되던 2013년에 컴퓨터는 정경심 교수 자택이 아니라, 동양대에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변호인이 법정에서 제시한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김칠준 변호사가 1차 공판에서 밝힌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4월12일 공판에서 김칠준 변호사가 내놓은 사실

-검찰이 동양대에서 발견된 PC에 외부저장장치를 1분 13초 동안 USB로 연결한 흔적이 나왔다.

-그동안 검찰이 제시한 정경심 교수 자택 방배동 IP인 〈192.168.123.137〉 외에 〈192.168.123.112〉 접속 기록이 총 14차례 더 발견됐다.

김칠준 변호사, “2019년 9월 10일 저녁 PC1(검찰이 수거한 PC 2대 중 한대를 지칭)이 검찰 관계자에 의해 정상 종료됐는데, 그 직전 외부 usb 장치 접속이 확인됐다. 원본증거 동일성과도 직결될 수 있고, 포렌식 전 증거오염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일단 정 교수의 변호인은 ‘검찰이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검찰이 USB를 접속한 흔적이 있기 때문에 증거로 쓰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김의겸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넣었다’로 사실상 받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PC는 2014년 4월 포맷됐지만, 동양대 표창장 상장 양식과, 최성해 총장의 직인파일이 복원됐습니다.

인터넷 프로토콜(IP) 접속기록이 더 나왔다는 것은 범행 장소와 관련된 의혹입니다. 그동안 검찰이 정 교수 자택 접속 내역으로 제시한 IP는 끝자리가 137인데, 이번에 변호인은 앞 숫자는 모두 같고 끝자리만 112인 IP 14개를 제시했습니다. 김 의원과 지지자들은 이 IP가 동양대 접속을 입증할 수 있는 주요 자료고, 따라서 표창장 파일을 작업할 당시 컴퓨터는 경북 영주 동양대에, 정 교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었기 때문에 범행이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변호인은 새로 발견한 112로 끝나는 IP가 동양대 주소라고 밝힌 적이 없습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가 있던 시기에는 방배동 자택에서 그 컴퓨터를 쓰지 않았다”라고 할 뿐이죠. 미세한 차이지만, 변호인은 새로 발견된 IP가 동양대 주소라고 한 적은 없는 겁니다. 112로 끝나는 IP 접속기록이 나온 시기는 2012년 11월~2013년 5월입니다. 표창장 위조 시점은 2013년 3월이기 때문에, 이 IP가 물리적으로 다른 곳에 PC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라면 범행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검찰, “태블릿PC 조작설과 다름없어… 재판부에서 정리할 것”
동양대 표창장 파일이 발견된 동양대 PC 1,2호 [김의겸 의원 페이스북]

여기에 대해 재판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수사팀은 명확한 대응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법정에서 나온 변호인 의견과 온라인에서 퍼지는 조작설 내용이 일치하고 있지 않은 점도 고려됐을 겁니다. 다만 변호인이 주장한 동양대 PC 증거 배제에 관해서는 ‘5월 10일 공판을 보면 설명이 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포렌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USB 장치를 연결한 것일 뿐이라고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이 장치는 포렌식팀이 사용하는 것이고, 일련번호도 부여돼 있다는 겁니다. IP의 경우, 동양대는 고정IP를 쓰지만, 정 교수 자택에서는 유동IP가 할당되기 때문에 숫자로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112로 끝나는 IP가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검찰은 PC에 접속한 USB장치와 새로 발견된 IP 모두 재판의 쟁점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동양대에서 발견된 PC에서 정 교수 자녀 표창장 위조 파일이 나왔고, 다른 사람이 집어넣을 이유가 없는 단순한 사안인데 변호인 쪽에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4월 12일 공판에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폅니다.

4월12일 공판에서 검찰의 반박 내용

-“동양대에 확인하니, 발급 사실 없다고 한다. (PC에서 발견된 표창장은) 다른 표창장과도 다르다고 한다. 동양대 교수실 PC에서 확인된 상장, 사라진 PC에서 발견된 표창장 하단이 동일하다. 강사휴게실에서 PC를 발견했고, 거기에 관련 파일이 있었다.”

-“포렌식 분석한 결과 사용내역, 조민 상장 만든 시점 이런 것들 보면 결국 정경심 교수와 가족들이 PC 사용했다는 점이 입증된다. 별도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할 쟁점이 전혀 없다. 이 문서파일을 누가 만들었는지, 전후 사용내역 어떤 반박이 있는지만 말씀하시면 된다.”

이 사건 사실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한 검사는 “최순실 태블릿PC가 조작됐다고 하는 주장과 별다를 바 없다, 여론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증거조작설’은 법정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주장이고, 경륜있는 재판부 역시 이러한 맥락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알아서 정리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수사팀을 이끌었고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있는 고형곤 부장검사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서원(최순실)의 태블릿PC를 분석했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5월 10일 열리는 공판에서 수사팀은 김칠준 변호사가 내놓은 의혹을 구체적으로 반박할 예정이지만, 실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과정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IP주소와 표창장 위조 무관’ 이미 1심 판단…결론 영향 미미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

검찰이 재판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5월 10일 열릴 항소심 공판이 조국 사건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판한단다. 조국사건이 이 재판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김의겸 의원이 ‘증거조작설’을 주장하며 남긴 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변호인이 내놓은 쟁점이 실제 법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인이 제시하고 있는 USB접속기록, IP주소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PC를 증거로 쓰지 말아달라’는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이 PC는 표창장 위조를 뺀 나머지 다수의 혐의와는 무관한 증거물입니다.

정경심 교수의 혐의는 총 15개인데, 이 중 11개가 유죄로 결론이 났습니다. 표창장 위조는 11개 혐의 중 극히 일부인 입시비리에 불과합니다. 1심에서 정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위조한 입시 관련 서류는 동양대 표창장 외에도 허위 인턴증명서 등 총 6가지나 됩니다.

게다가 1심 재판부는 IP논쟁에 관해서는 이미 결론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다음은 1심 판결문 기재 내용입니다.

1심 재판부의 IP주소에 대한 판단

“공인IP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직접 관리하는 IP로 해당 IP 주소만으로 사용장소를 특정할 수 있으나, 사설IP는 공유기 등에서 할당하는 IP로서, 서로 다른 공유기에서도 동일한 IP 주소를 할당할 수 있기 때문에 IP주소 단독으로는 사용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 (판결문 268페이지, 32번 각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법정 밖에서 여론을 의식한 장외변론이 이뤄지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드루킹 사건’ 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도 비슷했습니다. 재판이 열리는 동안 김 지사 측은 닭갈비를 사다 먹는 중이었기 때문에 드루킹 일당의 시연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닭갈비 영수증’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항소심을 뒤집을 결정적 증거로 회자됐지만, 실제 재판 결과를 보면 별다른 쟁점이 되지 못했습니다.

정경심 교수 사건 1심 재판부는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동양대 PC를 검찰이 회수한 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양대가 보관하고 있던 PC였고, 관리자가 제출에 동의한 만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그러면서 설령 이 PC를 제외하더라도, 정 교수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정경심 교수 1심 재판부 선고공판 판시사항

“설령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강사휴게실 PC 1, 2호에서 발견된 전자파일들 및 이에 대한 포렌식 결과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① 최성해가 피고인에게 1차 표창장을 발급하거나 재발급을 승낙한 적이 없고 동양대의 직원 또는 조교들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한 점

②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기재사항이 총장 명의로 수여되는 각종 상장과 현저히 다르고, 발급일도 청소년 인문학프로그램 2기 수료일이 아닌 점

③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총장 직인 부분은 프린터로 인쇄된 것이고, 해당 직인 부분은 자녀의 최우수상 상장 중 해당 부분을 캡처하여 좌우 길이를 늘린 것과 일치하는 점

④ 동양대 어학교육원의 조교 또는 직원이 위와 같은 작업을 거쳐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할 이유가 없는 점

⑤ 제1차 표창장, 동양대 총장 표창장 및 이를 촬영한 사진파일의 원본파일을 모두 분실하였다는 정경심 교수의 주장을 전혀 믿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2차 공판은 5월 1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엄상필) 심리로 열립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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