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아일랜드 선교사가 60년전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목장을 일구면서 지은, 곡면 판 역학구조, 조개껍질 모양의 독특한 주택이 문화재가 된다.
60년 가량 된 제주 이시돌목장 테시폰 식 주택 |
문화재청은 6일 제주 이시돌목장 테시폰 식 주택과 동학농민군 편지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테시폰 식 주택은 아일랜드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소속의 맥그린치(Patrick James McGlinchey, 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1960년대 초, 제주도 중산간 지역 목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건축 자재가 부족했던 열악한 건축 여건을 극복하고자 도입한 ‘간이 쉘 구조체’ 공법의 건축물 2채(금악리 77-4번지‧금악리 135번지 각 1채)다.
곡면판재(플레이트)의 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쉘을 아치형으로 바꾼 구조다. 역학적 특성만 보면 돔 구조의 지지력을 지닌 것이다. ‘테시폰(Ctesiphon)’은 이라크 고대 도시 유적인 크테시폰(Ctesiphon:바그다드 인근 옛 도심)의 아치 구조물의 형태를 참고하여 창안해 낸 건축 유형이다. 크테시폰은 우리나라로 치면 한성백제 풍납성 쯤 되겠다.
제주 지역의 테시폰은 아치 모양으로 목재 틀을 세우고 그 사이에 가마니를 펼쳐 깐 다음 시멘트 모르타르(mortar)를 덧발라 골격을 만들고, 내부에 블록으로 벽을 쌓아 공간을 조성했다.
이시돌목장 테시폰 식 주택 |
오늘날 제주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테시폰식 건축은 모두 소실됐는데, 제주 지역에서만 테시폰 건축 24채가 현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제주 이시돌 목장의 주택 2채가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근대기 집단 주택의 한 흐름과, 제주 지역의 목장 개척사, 생활사, 주택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소중한 근대건축유산이다.
이시돌은 스페인 가톨릭 성인인 이시도르(Isidore)에서 따왔다. 농부를 수호하는 성자다. 목장 근처에는 저지문화예술인촌, 한림공원과 협재굴, 아담하고 아름다운 금악오름, ‘검은 용’이라 불리는 동명리 밭담 등이 있다.
동학농민군 편지는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한 유광화(1858~1894)가 1894년 11월경 동생 유광팔에게 보낸 한문 편지다. 유광화는 양반가의 자제로서 동학농민군의 지도부로 활동하며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화순전투 등에 참여한 인물이다.
동학농민군 편지 |
편지에는 나라를 침략한 왜군(일본군)과 싸우고 있으니, 필요한 군자금을 급히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제국주의 일본에 맞서 전투에 참여한 동학농민군의 의지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학농민혁명’이 농민뿐만 아니라 양반층도 참여한 범민족적 혁명이었다는 점을 밝혀주고 있어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동학농민군의 일원이 전투과정에서 직접 작성한 편지 원본이라는 희소성 면에서도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들 예고된 문화재의 등록은 30일간 의견수렴과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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