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또 다시 후배 위해 길을 여는 ‘영원한 골프여제’ 박세리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1998년, 맨발의 투혼으로 US 여자오픈을 우승한 박세리는 LPGA 25승과 더불어 지금의 대한민국 골프를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다. 우승 당시만 해도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고, 골프는 시니어들이나 치는 운동으로 여겨졌다. 골프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인기 없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굳이 필드를 나가지 않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크린 골프를 즐기고 있다. 지금과 20년 전을 비교하면 한국에 있는 골프장 수가 배로 늘었다. 특별히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에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는 까닭에 운동 선수를 키우고자 하는 여자 아이의 부모들은 골프를 하나의 옵션으로 많이 꼽는다.

대한민국 골프가 성장한 배경의 가장 큰 이유를 뽑으라면 바로 골프 여제, 박세리일 것이다. 처음에 미국에 가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대회에 출전했던 박세리는 영어도 잘 안되고 친구도 없어서 클럽하우스 락커룸 들어가기조차 꺼렸었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박세리가 혼자 외로움을 겪으며 걸어온 길을 통해 지금은 무려 20명이 넘는 선수들이 LPGA에서 활약 중이다. 요즘은 골프 오디션 프로그램도 생기고, 골프가 공중파에서도 자연스러운 컨텐츠가 되었다.

박세리는 요즘 방송인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골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요즘은 박세리가 너무 좋다고 얘기한다. 당당하고, 솔직하고, 할 말은 하는 모습에 속이 시원하다는 평이 많다. 여자 스포츠인으로서 은퇴 후 자신의 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일반 대중에게 사랑받는 모습이 보기좋다.

이미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박세리지만, 골프 얘기를 할 때면 더 눈이 반짝이고 말이 많아진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걱정하고 나아져야 할 방향을 쉴새 없이 얘기한다. 박세리가 지적한 점은 한국은 워낙 빨리 결과를 내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한번에 모든 것을 다 쏟아 버리게 되고, 빨리 지친다는 것이다. 부상을 당해도 참으면서 경기하고, 다 낫지도 않았는데 다시 경기에 나오고 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상이 왔을 때 기다리는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기와 지금 당장의 성적에 얽매여서 선수들이 자기 커리어를 잃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박세리는 자신의 팬들에게 운동이 자기에게 자신감을 줬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골프 선수를 하면서 내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그 꿈을 이루었더니 그게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되었다. 그게 참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이제 대회에 출전하지 않기에 더 이상 우승컵을 안을 수 없지만 박세리는 또다른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은퇴하기 전에는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자기 관리에 전념해왔다면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 한다. 전에는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후배들을 더 도울 수 없는 점이 안타깝고 아쉬웠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골프가 아니라 스포츠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란다. 박세리는 자기의 선수 커리어를 통해 누군가의 길이 되어 주었던 것처럼 은퇴 후 다음 세대에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세리를 통해 앞으로 더 발전하게 될 대한민국 스포츠가 기대된다. 그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