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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吳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한다는데…“가격 안정효과 없어” “그래도 필요” [부동산360]
재건축 추진 단지 가격 상승하자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검토
가격 안정 효과 없다지만…
당장 쓸 카드 유일하다는 긍정론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취임 후 일주일 안에 규제를 풀겠다던 그가 돌연 규제를 예고하고 나선 건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가팔라서다. 재건축 단지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계획이다.

오 시장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압구정동 아파트 등 일부아파트에서 이상거래 등으로 최고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부동산 교란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주택가격 안정화에 대한 필요 조치와 함께 주택공급 속도를 조절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실질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불러오지 못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냐는 대목에선 입장차가 뚜렷한 분위기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최근 집값이 급등한 재건축 단지 등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이 끝나는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에 대해서도 연장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즉각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했던 오 시장이 되레 규제를 더하는 꼴이 됐다. 취임 직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가격 안정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삼성·청담·대치·잠실의 경우 지정 직후에는 거래량이 급감했으나 이내 증가세로 돌아섰고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체결되며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6월 259건에 달했으나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이후 7월 66건, 8월 40건, 9월 40건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서울 전역에서 추격매수가 이뤄진 11월 110건으로 늘었고 12월에는 146건의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5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거래량은 올해 들어 99건, 84건으로 줄었으나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가 반토막 났다는 것을 고려하면 크지 않은 감소폭이다.

지난해 일시적인 거래절벽에도 호가는 떨어지지 않았고 신고가 거래는 잇따랐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다소 진정세를 보였으나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이들 지역에선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40억원에 거래됐던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145.05㎡는 올해 1월 50억원, 2월 49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들에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더라도 집값을 안정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검토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껏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난 적은 없었다”며 “가격 조정이 안 될뿐더러 팔 사람은 못 팔고 살 사람은 못 사는 경제적 손실이 나타날 것이다. 필요하지 않은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 정비사업을 해서 주택공급을 늘리면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다. 미래 시점에 정비사업을 한다고 그때는 집값이 안 오르겠느냐”면서 “인위적으로 거래를 억제하면 일시적으로 안정효과가 있겠으나 해제되는 순간 시장가격으로 튀어 오른다는 건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장의 시장 불안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거래가 줄며 가격이 동결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결국 가격은 수급 문제이기 때문에 공급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 안정은 묘연하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김 실장은 “집값을 안정시키면서 공급도 하겠다는 건 사실 모순”이라며 “정부가 3기 신도시와 2·4공급대책을 가시화해 공급 시그널을 주고 민간 정비사업도 적절한 수준에서 완화해 공급이 이뤄지게 하는 것 외에는 가격 측면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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