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정세균, 대권 경쟁 땐 ‘친문’ 분화
지지율 1위 이재명 ‘우군 만들기’도 관건
내부에선 “강성 지지자, ‘진문’ 찾을까 우려”
[헤럴드경제=강문규·유오상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친문’이 내년으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비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원내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는 데다가, 대권 도전을 시사한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총리를 따라 친문 내 분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결국에는 친문이 대선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6일 헤럴드경제가 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의견을 취합해 정리한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계파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전체 174명 중 159명에 달한다. 91%가 사실상 친문 성향인 셈으로, ‘비문’에 속하는 의원은 이재명계 의원 9명과 계파색이 옅은 의원 6명 등 15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향후 행보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86그룹’ 대거 포함된 더미래·민평련…‘친문’ 이낙연·정세균계 독자세력화=159명 친문 의원들도 세부 유형별로 구분된다. 당장 눈에 띄는 조직은 당내 최다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의원들과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이다. 상당수 의원이 두 단체에 모두 소속돼 있는 데다가 당내 주류인 ’86그룹’이 대거 포함돼 원내 여론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당내 주요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 등도 ‘범친문’으로 분류된다.
21대 총선을 계기로 원내에 입성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15명)과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14명)도 친문 중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지난 참여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해온 친노ᆞ친문 계열(25명)도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다. 인천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모인 ‘송영길계’ 의원들도 당권 도전을 앞두고 친문 색채를 강화하며 ‘범친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범친문이 재보궐 패배 후 쇄신 논의와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장 대선 후보 경선부터는 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나란히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와 정 총리는 친문 내에서도 각자의 계파를 형성하며 대권 도전을 위한 세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 |
특히 이들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과 대선캠프 출신 의원들을 대상으로 접촉면을 늘리고 있는데, 15명의 ‘NY계’를 보유하고 있는 이 전 대표의 경우, 21대 총선 과정에서 주요 초선 의원들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원내 영향력을 키웠다. 정 총리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 등을 중심으로 ‘SK계(14명)’를 크게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21대 총선 당시 인재 영입을 하며 자기 계파 만들기에 집중했다. 계파색이 옅은 것 같지만, 실제 후보 경선에 나설 경우에는 이 같은 인연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반대로 정 총리 역시 ‘SK계’ 의원들을 최근 많이 확보한 상황이다. 친문 내 세력을 양분하고 있는 둘이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친문 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상섭 기자 |
▶이재명계, 최고 지지율 업고 세력확장 ‘태풍의 핵’=현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원내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이 지사의 ‘우군 만들기’도 친문 분화의 주요 변수다. 당장 이 지사는 올해 초 여의도에서 잇따라 정책협의회를 열며 민주당 의원들을 다수 초대했다. 당시 협의회에 경기도 지역구 의원 등을 중심으로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몰리며 정치권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될 경우, 친문 중 상당수가 이 지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동주 정치평론가는 “확실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지금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 의원들 스스로가 ‘확실한 후보’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 지사가 대선까지 지지율 우위를 지켜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에는 상당수 친문 의원들이 이 지사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친문 분화 과정에서 논란이 반복됐던 ‘강성 친문 지지층’의 움직임도 당내 계파 분화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간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주요 현안 때마다 친문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문자 폭탄’에 나서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향후 친문 분화 과정에서 ‘진문(진짜 친문)’ 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서울 지역구 의원은 “조금만 다른 목소리를 내도 하루에 수 천 통씩 비난 문자가 날아온다. 강경했던 의원들도 두 손 드는 상황”이라며 “만약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과거 박근혜 정부 때처럼 ‘진문’ 논란이 발생할 경우에는, 당내 분란뿐 아니라 지켜보는 국민의 불신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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