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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이 양부’ 등 아동학대 사망 부추기는 ‘방임’…“양형 연구 필요”
檢, ‘정인이 양부’ 1심 7년6월 구형에 국민 공분
“온종일 굶겨 보라”며 학대 종용하는 듯한 메세지 공개
양부, 재판서 “찰싹찰싹 때리는 정도로 알았다”며 부인
아동학대사건 “지켜본 건지 사실상 조력한 건지” 살펴야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결심 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입구에서 시민들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정인이 사건’ 재판에서 아동학대와 방임 혐의를 받는 양부에게 검찰이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한 데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학대 사망에 뒤따른 방임에 대한 양형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진행된 정인이 양모 장모(35) 씨와 양부 안모(37) 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아동복지법상 학대와 방임 혐의가 적용된 안씨에 대해 징역 7년 6개월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명령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를 받고 구속기소된 장씨에게는 사형과 함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명령 10년,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 보호관찰 명령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고를 받기 전이지만 장씨에 비해 안씨가 받게 될 처벌이 적은 데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 집에서 살면서 지속적인 학대로 쇠약해지던 정인이를 모를 수 있냐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14일 결심공판에서 공개된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서 안씨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귀찮은 X”, “온종일 굶겨 보라”며 학대를 종용하는 듯한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안씨는 입양 초기부터 장씨가 정인이를 폭행했던 것을 알았냐는 검찰의 신문에 “아내가 훈육 차원에서 손을 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손등,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는 정도로만 알았다”며 “그 당시엔 ‘때찌때찌’로 생각했다”고 답하는 등 폭행 사실을 몰랐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적용된 혐의가 달라 안씨가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서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역시 국민적 공분을 샀던 또 다른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학대와 방임 혐의 등을 받은 ‘칠곡 계모사건’에서도 검찰은 친부 김모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사건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난 2015년 9월 친부에 대해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내렸다.

때문에 안씨의 방임 혐의에 대한 충분한 양형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수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기소 자체가 치사 등과 관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행 법으로도 7년6개월 이상 구형할 수 있는 만큼 법정형을 높이기보다 면밀하게 범죄 사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후에도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양형이나 구형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신 변호사는 직접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옆에서 지켜본 행위가 말 그대로 지켜본 건지 이를 넘어서 사실상 조력한 공동정범 형태로 볼 거냐는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 내 양형조사관 등이 있는데 심리학 등 전공한 전문가들이 투입돼 면밀하게 연구해 재판에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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