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중 하나인 예일대 캠퍼스 전경.[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최고 명문대인 하버드대에 올해 지원한 학생은 5만7435명. 이 중 합격자는 1968명에 불과해 지원자 대비 합격률은 3.4%에 불과했다. 하버드 사상 역대 최고 경쟁률이자, 최저 합격률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들이 올해 잇따라 사상 최저치의 합격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 컬럼비아대는 올해 미국에서 하버드대에 이어 2번째로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가 됐다. 6만551명이 지원한 가운데 합격자는 3.7% 수준인 2200여명에 불과했다.

역시 미국의 대표적인 명문대인 예일대에는 올해 4만6905명이 지원해 4.6%인 2100여명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8개 미 명문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고, 그외 일부 명문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됐다.

이들 학교들은 합격자 발표를 지난해 대비 1주일 늦춰 실시했다. 지원자 홍수 속에 최종 합격자 확정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 발생한 미 명문대 '입시 대란'은 지원자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합격 인원은 예년보다 줄었기 때문으로, 두 요인 모두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SJ는 올해 SAT와 ACT 성적을 안 내도 되는 상황이 되자 명문대 지원자들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 합격생 중 코로나19로 입학을 미뤘다가 올해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어 입학정원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미 교육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SAT와 ACT를 올해 입시에서 필수 평가 요소로 삼지 않기로 했다.

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휴학을 한 일부 학생들이 올해 들어와 신입생 정원이 줄어든 영향도 컸다.

먼저 미 교육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시험장에 가서 시험보는 행위 자체가 위험하다고 보고 올해 입시에서 SAT와 ACT 점수를 평가 요소에서 뺐다. 그 대신 내신 성적과 에세이 등에 대한 평가 배점을 높였다.

SAT는 듣기와 읽기, 말하기 등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고, ACT는 영어, 수학, 과학 등 특정 과목에 대한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 두 시험은 모두 대학 지원자들이 입시를 위해 필수적으로 봐야하는 이른바 표준화 시험이다. 하지만, 감염 최소화를 위해 올해는 생략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둘째로 지난해 팬데믹 상황을 맞아 휴학한 학생들이 대거 돌아온 것도 올해의 입시 대란을 부추겼다.

크리스토프 구튼탁 듀크대 입학처장은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 중 10%는 지난해 합격생"이라면서 "이들은 1년을 쉬고 이번에 들어와 입학정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해 지원자가 25% 늘었고, 합격률은 지난해 8.1%에서 올해 5.8%로 떨어져 역시 역대 최저 합격률을 기록했다.

그밖에 '세계 경제 중심지' 뉴욕에 소재해 인기가 많은 뉴욕대 지원자는 10만명 이상에 달했고, 합격률은 12.8%로 역시 이 학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는 올해의 입시 양상을 보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다면서 "우수 명문대는 높은 입시경쟁률 속에 우수 인재를 가려뽑으며 학교 위상을 더욱 높이고, 그 외 학교들은 인재 영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대학입시 컨설팅업체인 EI NOW 공동대표 빌 콘리는 "앞으로 갈수록 엘리트 인재와 그 이하 집단, 그 외 집단 등으로 인재 수준에 대한 구분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 대학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휴학생이 늘면서 최종 수강생 인원 확정에 애를 먹었다. 개강 날짜 전까지 추가 합격 통보가 이어지기도 했다.

대학입시 전문상담업체인 락하니 코칭의 하피즈 락하니 대표는 "지난해는 막판까지 추가 합격자가 나오는 등 이례적인 해였다"면서 "올해는 지난해와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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