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지 발표 이전 5년간 일정금액 이상 거래 전수검증
LH·공무원 투기혐의자 포함 여부 미공개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국세청은 3기 신도시 예정지 6곳 등에 있는 31개 택지·산업단지 개발지역의 토지 거래를 분석한 결과 등을 바탕으로 총 165명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는 대부분 3기 신도시 예정지역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 시흥의 토지 취득자다. 국세청은 국세 부과제척기간 등을 고려해 3기 신도시 예정지역 발표 이전 5년간 거래 가운데 '일정 금액' 이상 거래 전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세무조사 대상을 우선 선정했다. 가장 오래된 3기 신도시 발표는 2018년이므로 분석 대상은 지역에 따라 2013년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조사 대상자 유형은 ▷토지 취득 자금 출처가 불명확한 편법증여(증여세 탈루) 혐의자 115명 ▷법인 자금 유출로 고가 부동산을 취득한 사주 일가 등 30명 ▷개발예정지역 토지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탈세한 혐의가 있는 기획부동산 4개 ▷부동산 개발 목적으로 설립한 허위 농업회사법인 3개 ▷고가 거래를 중개하거나 다수 거래를 중개하고 중개수수료 신고를 누락한 부동산 중개업자 13명 등이다.
하남 교산의 토지를 소유한 A는 본인을 사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이 농업회사법인에 교산의 토지를 양도하면서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았다. 농지 소재지 거주자가 자경 요건을 갖춘 농지를 농업회사법인에 양도하면 양도세가 감면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는 자경을 하지 않아 불법 감면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농업회사법인의 주식을 자녀 등이 주주로 있는 다른 법인에 저가로 양도, 편법증여를 한 의심도 받고 있다.
사주 B는 과천 개발지역 땅 주인들로부터 대토보상권(토지 수용 때 보상금 대신 토지를 받는 권리)을 사들여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사주 B는 임직원 친인척 명의로 급여를 허위 지급하고, 위장업체와 가짜 거래로 법인 자금을 빼돌려 고가 부동산을 취득하고 법인 승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과세당국에 포착됐다. 대토보상권 전매는 불법인데도 땅 주인들은 보상액의 120% 가격에 전매했다. 자연히 세금은 내지 않았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LH 직원이나 공직자, 그 특수관계인이 포함됐는지에 관해 국세청 관계자는 "분석 대상과 조사 기준을 정해 대상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포함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증 대상 거래금액도 향후 조사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공개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금융거래 내용 확인으로 조사 대상자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자금조달능력을 검증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특수관계인(법인)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주의 법인자금 유출이 확인되면 그 사업체도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 과정에서 허위계약서나 차명계좌 사용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을 확인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할 예정이다. 부동산 실명제나 토지보상법 위반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등 법령에 따른 후속 조처가 이뤄지도록 관계기관에 통보한다.
국세청은 최근 구성한 부동산탈세 특별조사단에 설치된 부동산탈세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한 제보 등을 포함해 분석 범위를 확대하고 세무조사 대상을 추가로 선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2일부터 국세청 웹사이트(www.nts.go.kr)로도 부동산탈세 신고센터에 개발지역 투기 의심 거래를 제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