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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현 국립외교원장 “미국이 가스라이팅”…‘한미 동맹 신화’ 파헤쳐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출간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30일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출간 온라인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창비 제공

김준형 현 국립외교원장이 한미 동맹의 신화를 파헤친 저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를 펴냈다. 지난 150년의 한미관계를 촘촘하게 살핀 책으로 특히 최근 한미관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사드 배치, 미중 전략경쟁, 한‧미‧일 군사동맹 등에 대해 소신을 밝혀 관심을 모은다.

김 외교원장은 30일 오전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직자가 민감안 이슈를 담은 책을 낸 데 대해, “고민이 있었지만,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작업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학자적 양심으로 객관적으로 썼다고 밝혔다. 외교적 비밀이나 정보에 접근해 쓴 책이 아니라 오랜 연구자로서 균형적 시각에서 썼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한미관계가 신화화했다고 강조했다. 한미관계의 수정이나 조정, 유연화나 자율성을 얘기만 해도 반미로 이념적 굴레가 씌워지는 비이성적 비합리적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미 관계는 자산이다. 세계 1위국가 동맹으로 갖고 있다는 건 중요하다. 그걸 전제하더라도 우리 국익의 수단이고 변수일 수 밖에 없다. 언젠가는 미군이 떠날 수 있고 군사동맹이 약화될 수도 있다”며, 그는 미군철수라는 말에 불편해하는 것 자체가 신화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맹 중독’이라는 표현도 썼다. 합리적·실용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미국의 입장과 조금 차이가 나면 너무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친미, 반미 이념적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논란이 될 만한 표현과 주장들이 많다. 미국이 한국을 가스라이팅해왔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항간에 일부 보수학자들이 북한이 우리를 가스라이팅한다고 말한 것을 빌려온 것으로. “미국이 그렇게 조직적으로 가스라이팅하진 않더라도 할 말을 못한다든지, 호혜적 동맹이라면 안할 말은 있어도 못할 말은 없어야 하는데 못할 말이 많았다. 압도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동맹은 약화돼야 한다는 표현도 있다. 그는 “한미동맹은 북한에 대한 억지동맹으로, 군사동맹이 강해지는 건 대외환경이 나쁘다는 의미이므로 한미동맹은 약화되는 게 낫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억지만으로 평화가 오지 않는다는 게 2017년 증명됐다며, 억지와 함께 적극적 평화, 즉 한미군사동맹이 약화되면 억지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쿼드 정상회의와 관련해선, “쿼드는 대중 군사동맹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참여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 군사동맹과 군사협력은 다르다. 이슈별로 군사협력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미·일도 마찬가지라는 것. 협력할 부분만 필요에 따라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바이든 외교안보팀을 동맹국과 우호국, 국제기구를 통해 중국의 반칙행위를 규제하는 쪽으로 강경파와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은 쉽게 판가름나지 않고 20,30년 정도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미중 대결의 또 다른 대리전을 치르는 상황이다. 미중관계, 남북이 나빠져서 북중러, 한미일 진영이 나뉘고 미국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과거 전략적 인내방식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핵 수준은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보하는 모양새는 각국 내부 사정상 용인되기 어렵다. 따라서 제재 수준을 높이고 대화의 여지는 있다는 식으로 일관할 것으로 본다. 그는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비밀협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말 한마디가 너무 중요해서 무대뒤에서 비공개회담을 해야 한다. 내년 2월에 되면 하노이 3주년이 된다.싱가포르 원칙을 받아들이고 하노이에서 조건을 교환, 북한의 핵 동결을 끌어내고 불가침선언을 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고 바램을 밝혔다. 평화적 협상을 하려면 미국도 양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수 차례 하노이 회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듣자마자 회담을 깨버렸다는 게 안타깝다며, 비공개회담을 재시도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한미관계를 존중하고 한중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독일, 프랑스, 호주, 아세안과 연대해 가치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김 원장은 끝으로 “한미관계사 150년 전체를 다룬 건 처음이다 학자적 양심을 가지고 분석했다. 논란은 맥락속에서 읽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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