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막무가내가 도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 김치와 한복을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가 하면, 음식문화 비하까지 어처구니 없을 정도다. 아이돌들의 발언이나 예명까지 시비를 걸거나 윽박지르는 건 예사다. 이를 일부 중국 네티즌의 잘못된 행동만으로 보기엔 불편하다는 이들이 많다.
중국에서 오랜시간 공부한 인류학자 김인희 박사는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푸른역사)에서 2000년대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는 맹목적 중국지상주의, 애국주의 현상을 집중 분석한다.
저자는 새롭게 세계패권을 장악했다며,거침없이 행동하는 중국의 뒤에는 든든한 지원자 ‘분노청년’이 있다고 말한다. 분노청년은 1990년대 중반 등장,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국의 인터넷 극우 청년집단이다. 저자는 “서양의 분노청년이 자국 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혁의 주체로 나서려 했다면, 중국 분노청년은 오직 중국의 적이라고 생각되는 집단에만 분노한다”고 특징짓는다.
이들을 길러낸 건 다름아닌 중국 공산당이다. 톈안문 사태 이후 당은 사회주의, 국가주의, 중화민족주의를 결함한 애당·애국주의 교육을 통해 공산당의 노선을 따르는 인민을 길러내고자 했으며,1990년대와 2000년대 분노청년은 그에 호응했다.
저자는 마오의 홍위병과 분노청년을 비교하며, 교육울 통해 특정 사고를 주입받은 청년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홍위병은 정치사회화 교육을, 분노청년은 애국주의 사상을 주입받았으며, 차이가 있다면 홍위병은 자산계급을, 분노청년은 외국을 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 둘을 아우르는 가장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 중화주의를 든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반 외세 정서는 외국인에 대한 폭력과 외국 물건 파괴 등으로 나타난다. 이들에게 폭력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 사드 사태 때 중국 내 롯데마트를 공격한 것도 이들이라고 말한다.
분노청년의 폭주와 맹목적 애국주의에 반발, 자유파 지식인이 비판행렬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분노청년을 ‘똥청년’‘인터넷 건달’‘애국도둑’으로 부르며, 비판에 나섰지만 그 뒷배에 중국공산당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저자는 한계를 지적한다.
2010년대 들어 자유파 지식인은 인터넷 검열 등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인터넷 검열이 본격화된 것은 2013년 8월19일 시진핑 주석이 전국선전사상공작회의에서, 인터넷에 대한 관리와 지도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이후다. “인터넷 사회를 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유언비어를 만들고 전파하는 자들을 징벌하여 사람들이 진실한 정보를 획득하고 다양한 관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이들의 활동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이후 분노청년과 자유파 지식인의 자리를 대체한 게 자간오다. 자간오는 2010년대 초중반 자유파 지식인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장악하게 된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관리와 그 가족들이 중심이 된 친정부 인터넷 집단이다. 2016년 이후에는 인터넷 애국청년 집단인 소분홍이 등장, 주도권을 잡게 된다. 소분홍은 1990년대 출생한 이들로 태어나면서부터 애국주의 교육으로 뼛속까지 세뇌된 이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소분홍은 자간오나 분노청년과 다르다. ‘인터넷 홍위병’으로 불리는 이들의 주공격 대상은 외국이다. 또한 분노청년과 자간오가 자발적 조직이라면, 소분홍은 공청단, 즉 정부가 조직하고 프레임을 짜서 외국을 공격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학력자가 많고 타이완 독립세력, 홍콩 독립세력, 중국을 욕보이는 자는 적대세력으로 보고 중국의 위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출정, 성전 등 과격 용어를 사용하고 방호벽을 뚫고 상대방의 홈페이지를 공격하기도 한다. 소분홍의 주 공격 대상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다. 저자는 “중국 정부가 외교 문제에서 소분홍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 정부가 한국을 어떠한 방식으로 관리하고자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들을 이끌고 어디로 가려는 걸까. 저자는 이 모든 것의 뒤에 시진핑이 있다고 본다. 일인독재 장기집권을 위해, “다시 한번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사상통제를 하려 하고 있다”며,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50년경에는 중국이 국제 영향력에서 선두주자가 되며 전체 인민이 공동으로 부유해지고 중화민족이 세계 민족이라는 숲에서 우뚝서게 된다”는 중국몽을 발명했다고 지적한다.
중국 중화주의의 실체, 맹목적 애국주의의 민낯과 이면을 짚어낸 책으로, 중국 이해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김인희 지음/푸른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