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산청 동의보감촌·지리산 대원계곡도
경남 웰니스 클러스터의 건강웰빙 아이템
경남웰니스 코스 중 하나인 함양 지안재 야간 궤적촬영 [지앤씨이십일(대표 전계욱), 정백호 작가 제공] |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함양·산청의 건강성은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 가는 길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 손쉽게 확인된다. 서울을 기준으로 도로상 일직선이라 의외로 빨리 도착하는 곳이다.
함양쪽에서는 천왕봉 쪽 지리산 제일문 가는 갈지(之) 혹은 몸기(己) 모양의 지안재(오도재)를 빼놓을 수 없다. 정상을 향해 돌아돌아서라도 오르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아름다운 곡선 때문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된 오도재와 지안재는 내로라 하는 사진애호가들의 단골 출사지이다. 지리산 맑은 공기가 함께 작품활동을 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개운하다. 밤엔 셔터속도를 늦춰 궤적촬영을 하면 나도 사진작가가 된다.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에서 함양읍 구룡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에 자리한 고갯길은 함양 쪽에서는 ‘오도재’라 부르고 다른 지역에서는 ‘지안재’라 부른데, 한 몸으로 보면 된다. 오도재 아래 구불구불한 구간을 지안재로 따로 구분해 부른다. 옛날 내륙 사람들이 남해 주민들과 물물교환을 하려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야했는데, 이때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가 바로 이곳이다.
지안재는 제한치(蹄閑峙)에서 유래된 지명인데, 가파른 고갯길에 ‘말발굽도 쉬어간다’는 뜻이다. 역 주변에는 역참 관원들에게 딸린 식솔, 물자공급 등을 위한 촌락이 형성돼 있었다고 한다.
함양 상림공원 [지앤씨이십일(대표 전계욱), 정백호 작가 제공] |
함양읍 상림공원은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1100년 전 최치원 선생이 홍수를 막기 위해 조성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사계절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숲으로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제1행사장이기도 하다.
120여 종의 나무가 1.6㎞의 둑을 따라 조성되었고, 마음을 무장해제한 가족과 연인들이 둑방길을 따라 속 깊은 얘기를 편하게 나눈다.
상림은 계절 마다 다양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봄엔 만물이 소생하면서 희망의 기운을 북돋우고, 여름철 상림 숲속 나무 그늘에 돗자리 펴고 누우면, 도심 속에서 신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겠다.
수동면 원평리의 남계서원은 1552년(명종 7년) 일두 정여창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되었고, 1566년(명종 21년)에 남계라는 이름으로 사액되었다. 사상을 논하고, 정사를 바로 잡을 대안을 모색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함양 최치원역사관 [지앤씨이십일(대표 전계욱) 제공, 정백호 작가 드론촬영] |
예로부터 영남 유학자들 사이에선 ‘좌안동, 우함양’이라 했다. 그 만큼 훌륭한 인물을 배출해 학문과 문벌에서 손꼽히던 고을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이 건물 배치에 일정한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것과 달리 남계서원은 서원의 제향공간에 속하는 건물들은 서원 영역 뒤쪽에 자리 잡고, 강학공간에 속하는 건물들은 서원 영역 앞쪽에 자리 잡은 조선시대 서원건축의 초기 배치 형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서원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계서원에서 맑은 공기 속에, 때론 사상을 논하고 때론 의병장이 되기도 했던 선비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공부가 힐링”인 신비한 경험도 할 수 있겠다.
조선 연산군 때 학자인 문민공 김일손을 기리기 위한 청계서원 역시 대뇌와 호흡계가 모두 건강해지는 길 위의 인문학 명소다.
산청 산삼비빔밥 |
산청 동의보감촌 산삼비빔밥은 가격표엔 1만원인데, 주인은 9000원짜리라고 우긴다. 두어번 따지면, “공기값”이라 하는데, “저희 공기밥 추가 안했는데요”라고 항변하면 “건강특별시 산청만의 맑은 공기값 1000원이 포함된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재치있는 너스레가 웃음 보약을 더한다.
동의보감의 고장 산청은 당대 최고의 명의인 허준 선생, 조선중기 명의 유이태, 조선후기에 중국에까지 명성을 떨쳤던 초삼, 초객 형제 등 수많은 명의를 배출한 곳이며, 지리산 약초의 효험이 널리 알려진 전통 한방의 본 고장이다. 왕산과 필봉산의 정상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한방을 테마로 조성된 동의보감촌은 세계적인 휴양관광지로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 세계 각지에서 산청 동의보감촌을 찾아 테라피를 즐겼다. 사진은 여러나라 사람들이 함께 한 족욕체험 장면. |
동의보감촌은 한방을 주제로 한 웰니스관광 시설로 엑스포 주제관, 한방 기(氣) 체험장, 한방&약초테마공원, 산청 약초관, 한방자연휴양림, 허준순례길, 약초판매장 등 한방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힐링과 치유를 테마로 한 동의보감촌 힐링 아카데미는 한방을 통한 자기진단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기(氣)바위 체험을 비롯해 한의학 강의, 공진단 만들기와 배꼽왕뜸, 허준순례길 트레킹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힐링 연수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방 테라피, 순례길 걷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가운데 봄이 되면 튤립이 정원 가득 피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동의보감촌 튤립 |
지리산 초입 단성면의 남사예담촌은 수백 년 된 한옥과 고목, 담장이 오랜 세월을 견뎌 보전되어 있어 선조의 지혜를 배울 수 있으며, 전통체험으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남사마을은 수많은 선비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가문을 빛냈던 학문의 고장으로, 공자가 탄생하였던 니구산과 사수를 이곳 지명에 비유할 만큼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하는 마을로 유명하다.
2003년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된 ‘남사 예담촌’은 고즈넉한 담장 너머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어 표면적으로는 옛 담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내면적으로는 담장 너머 그 옛날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201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로 선정되었다. 이순신장군이 백의종군 시 유숙한 니사재는 조선 후기의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지리산 대원사는 지리산의 천왕봉 동쪽 아래에 548년(진흥왕 9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평원사로 부르다 1685년(조선 숙종 11년)에 운권스님이 중수하면서 대원암이라 불렀고 19세기말 보수하면서 대원사로 이름을 바꿨다.
1955년 9월 ‘지리산 호랑이’라 불렸던 당대 3대 여걸 만허당 법일 스님이 들어오면서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는 도량이 된다. 경내는 꽃 정원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고, 주지스님을 면담하러 온 여행자들에게 녹차는 물론 요즘 비구니들이 좋아하는 에티오피아산 커피를 내려주기도 한다.
보물로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조성한 다층석탑이 있으며 부처님 진신사리 58과가 봉안되어있다.
대원사 인근 계곡은 희귀한 고산식물, 너럭바위와 괴석, 약수로 유명하며 천왕봉에 오르는 길목에는 거연정, 군장정의 정자가 주변의 절경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계곡에는 곳곳마다 전설이 있다. 용이 100년간 살다가 승천했다는 용소, 가락국 마지막 구형왕이 이곳으로 와서 소와 말의 먹이를 먹였다고 하는 소막골, 왕이 넘었다는 왕산과 망을 보았다는 망덕재, 군량미를 저장했다는 도장굴 등으로 불리는 옛 지명이 현재까지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함양, 산청은 경남 웰니스 클러스터의 핵심 축으로 거리두기 여행자들의 건강관광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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