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상 긴급권 발동 ‘만지작’

백신 ‘공평한 분배’ 문제 제기

英 “비민주적...벼랑끝 전술”

EU, 영국행 백신 차단 위협…英 “계약된 공급 방해 잘못”
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유럽 정부들이 다시 봉쇄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15일부터 로마, 밀라노 등 주요 도시 대부분을 레드존으로 분류, 사실상 봉쇄 조치에 나섰고 프랑스도 파리에 주말 봉쇄 조처를 내리는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사진은 마스크를 쓰고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을 지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EPA]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공급을 둘러싼 유럽연합(EU)과 영국 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EU는 백신의 ‘공평한 분배’가 담보되지 않으면 영국으로 향하는 백신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초강수를 꺼내들었고, 이에 영국은 비민주적 국가들이 쓰는 ‘벼랑 끝 전술’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EU 역내 공장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다른 제약사 백신이 1000만회분에 달하는 반면, 영국발(發) AZ 백신의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세기의 위기에 처해있으며, 모든 유럽인들이 가능한 빨리 예방접종을 받도록 해야한다. 모든 선택권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EU 조약상의 긴급 권한을 발동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EU 조약상에 따르면 EU는 EU 회원국이 특정 제품을 공급받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제품의 생산을 통제하고, 지적재산권 발동을 정지시키는 등 예외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EU가 해당 조약을 발동한 것은 지난 1970년 석유위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현재 EU가 영국으로 수출하는 백신의 대부분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공동개발 백신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워장은 “우리는 여전히 영국에서 백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로의 수출이 여전히 균형 잡힌 것인지 여부를 숙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찍이 EU는 올해 초 AZ가 상반기 EU 회원국에 대한 백신 공급 물량이 기존 예상 물량 대비 50%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하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선계약 선공급’이라는 일방적 계약 지침에 의해 AZ가 영국에만 백신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 EU의 주장이다.

이에 EU는 지난 1월 제약사들이 EU 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역외 수출하려면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당시에도 영국에 EU가 생산한 백신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EU와 영국과 맺은 기존 백신 공급 계약에 따라 차질 없이 백신을 공급하고 있지만, AZ는 현재 1분기 EU와 계약한 9000만회분 선량 중 3000만회분만 공급 예정이다.

EU의 위협에 영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법적으로 이미 계약된 공급을 방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EU는 (수출 제한 경고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이 놀랍다면서 ”통상 영국과 EU는 덜 민주적인 국가들이 벼랑끝 전술을 쓸 때 영국과 유럽이 팀을 이뤄서 반대할 때 이런 대화를 해왔다고 꼬집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