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설리번-양제츠·왕이 만나
블링컨 한일순방 직후 회담
미 “다양한 현안 논의”
미중 대립구도 속 결과 주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외교 당국자가 다음주 미국 알래스카에서 만난다.
10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18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중국의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8일은 블링컨 장관이 로이드 국방장관과 함께 일본과 한국을 순방한 뒤 미국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첫 순방지로 중국의 이웃국인 한·일을 방문한 직후 중국 당국자와 회동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담이 18~1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이 고위급 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며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회담 예상 장소로 꼽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알래스카가 태평양 횡단 시 종종 경유지에 포함된다는 점에 주목했고, SCMP는 앵커리지가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미국 본토가 아니고 중립적인 이미지의 장소여서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한 게 아니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간 첫 고위급 대면 접촉이 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을 밝힌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통화를 했다. 취임 3주 만에 이뤄진 첫 통화는 2시간 동안이나 진행됐고, 양측이 핵심 이익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현재 미국은 무역, 인권, 기술, 대만, 남중국해 등을 둘러싸고 중국에 전방위 공세를 펼칠 것을 예고하고, 중국은 미국을 향해 내정간섭과 이익침해를 하지 말라고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만남이 양국 간 대화와 소통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대립 구도를 강화하는 장으로 전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국 견제전략을 취하면서도 기후변화, 전염병 대유행 극복 등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블링컨 장관도 지난 3일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규정한 뒤 “경쟁해야 한다면 그럴 것이고, 협력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며, 적대적이어야 한다면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연구소의 천치(陳琪) 국장은 SCMP에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 확실하다”며 “양제츠와 블링컨이 만난다면 둘은 중미 관계 설정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대화를 어떻게 재개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외교관들이 미국과 관계 개선 희망을 표명해 왔다”면서도 “인권에서 산업 정책,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긴장 분야에서 타협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는 거의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