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조합원 618명 실태조사
남성노동자는 53.8% 불이익 걱정
업무·부서 변경, 낮은 고가 등 경험
여성노동자 상당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정 내 양육 부담이 커지면서 직장 내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 환경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여성본부와 중앙연구원이 산하 공공연맹, 금융노조 등의 협조를 얻어 조합원 618명을 분석한 ‘2021년 직장 내 성평등 조직문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의 70%가 “코로나19로 인한 가족 돌봄으로 인해 향후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 노동자들도 절반이 넘는 53.8%가 가족 돌봄으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을 걱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자녀와 관련된 돌봄시설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다시 가정 내에서 돌봄 노동을 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 환경이 코로나19 이후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실제로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애로사항을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앙연구원 측은 “상대적으로 직급이 높은 남성에 비해 직급이 낮은 여성들이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직급이 높을수록 낮은 직급에 비해 실질적인 불이익(업무변 경, 낮은 고과 평가, 진급 누락 등)을 경험하는 비중은 크지만, ‘불이익에 대한 우려’ 측면에서는 직급이 낮은 쪽의 설문 응답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런 불이익 우려는 공공부문에 비해 금융·항공·의료 등 민간부문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남녀 간 고용 차별 정도도 집계됐다.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직급으로 진급하는 소요기간이 평균적으로 1.3년(16개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급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1년 느린 반면 ▷과장급(1.1년) ▷차장급(1.6년) ▷부장급(1.5년)으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평균 진급 소요 기간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여성은 남성에 비해 ‘현재 일자리에서 최종적으로 기대하는 직급’ 역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장급 이상 직급을 기대하는 남성은 46.6%였으나,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29.5%만 부장급 이상 직급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