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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는 “당기자”, 여당은 “미루자”…‘실거래가 신고’ 당정 엇박자 [부동산360]
국회서 불 붙은 실거래가 신고 논란
계약 취소건 ‘수상한 거래냐 단순 착오냐’
중개업계 “과잉해석되는 면도 있어” 우려
“실거래가 신고 실태파악 먼저” 목소리도

[헤럴드경제=양영경·이민경 기자] ‘계약 후 30일 이내’로 규정된 주택 실거래가 신고 기한을 놓고 당정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더 앞당기자고, 여당은 더 미루자고 주장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주택 거래가격을 최고가로 신고했다가 취소해 가격을 높이는 편법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는 같으나 해법을 놓고 동상이몽이다.

현재 제도 개선만 논의될 뿐 얼마나 많은 실거래가 허위로 올라왔는지는 파악된 바 없어 이에 대한 조사가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거래가 신고 언제해야 하나…쏟아지는 해법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 당일 공인중개사 입회하에 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러면 허위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시세 띄우기용 거래’를 방지할 방안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이는 매도·매수인이 허위거래를 신고한 뒤 취소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 매매거래 85만5247건 중 계약 취소 건수는 3만7965건(4.4%)이며, 이 중 1만1932건(31.4%)이 등록 당시 역대 최고가였다고 밝혔다. 집값 급등기엔 높은 가격에 체결된 계약이 시세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데, 상당수가 이를 노린 허위거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천 의원의 주장이다.

여당에서도 다양한 해법을 쏟아내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거래가 신고 시점을 계약일이 아닌 등기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은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과 등기 시점에 두 번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시·도별 신고가 거래 후 거래취소 비율 [천준호의원실]
신고일 60→30일 단축 이제 1년…대안별 장단점 뚜렷

앞서 정부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지난해 2월부터 실거래가 신고 기한을 계약 체결 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거래가 해제됐을 때도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제 막 안착한 제도에 또다시 손을 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공인중개사들은 변 장관의 제안대로 할 경우 취소 건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봤다. 현재는 적어도 계약 후 30일 기간을 두고 변경사항을 따져 신고할 수 있지만, 신고시점이 계약 당일로 당겨지면 신고 후 매도·매수인의 변심이나 자금 사정 등으로 취소·변경되는 사항도 모두 반영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의 A 공인중개사는 “실무에서는 계약서를 쓴 뒤에도 계약자 간 다양한 사정을 반영해주곤 한다”면서 “매도·매수인에게 확실한 계획을 세워오라고 요구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방안을 적용하면 정확한 실거래가를 알 수 있지만, 가격 공개시점이 지금보다 최소 2개월 정도 늦어진다. 신고 기한을 단축해 시장 상황을 적시에 알리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어긋난다.

B 공인중개사는 “실거래가 신고가 미뤄지면 시장 상황이 깜깜이가 된다”면서 “매도자 우위시장에서는 집주인이 호가와 비교할 만한 근거가 사라지고, 매수자는 경쟁이 붙으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거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규제지역을 선정할 때 특정 지역의 실거래가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데, 신고가 늦어지면 규제 역시 ‘뒷북의 뒷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규제지역을 선정할 때 특정 지역의 실거래가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데, 신고가 늦어지면 규제 역시 ‘뒷북의 뒷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의 한 아파트 주변 부동산의 모습 [연합뉴스]
거래 취소=시세 띄우기?…단순 착오·중복 등도 포함해

정부·여당이 당장 제도 개선부터 논의하는 건 ‘거래 취소=시세 띄우기용 거래’로 못 박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이런 거래가 어떤 곳에서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파악된 바 없다.

천 의원도 거래 취소에는 중복 등록이나 단순 착오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봤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국토부가 제출한 실거래 취소 관련 자료를 공개하면서 “거래 취소·무효·해제 등의 구체적인 사유는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중개업계에선 단순 변심, 이중 등록 등 다양한 이유로 거래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은데 과잉 해석되는 면이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중개사들이 집값 상승을 막으려고 가두리 영업을 하는 일은 있어도, 집값을 올리려고 집주인과 결탁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 매도인은 좀 더 오를 때까지 두고 본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는 너무 올랐다며 주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거래 한 건당 받는 중개수수료가 수입인 중개사 입장에선 반길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는 2018년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자전거래 의심 40여건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였으나 단 1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은 실거래가에 대한 관리·감독이 더 강화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국토부 내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실거래상설조사팀을 뒀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상거래의 조사기간을 약 1개월 수준으로 단축한다고 했다. 실거래 조사를 전담하는 팀까지 마련된 상황에서 의심거래를 걸러내지 못했다면, 정부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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