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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훈 편하게 ‘지금의 샷’만 최선…내려놓으니 오히려 좋은 결과 얻어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WM 피닉스 오픈 준우승
세번째 시즌만에 최고 성적

8일 끝난 PGA투어 WM 피닉스 오픈에서 한국의 이경훈이 공동 2위를 했다. PGA투어 카드를 손에 얻은지 세번째 시즌 만에 거둔 본인 최고 성적이다. 이경훈은 코스에서 절대로 화를 내는 법이 없다. 누구보다 자신의 게임에 매우 진지하고, 차분하며, 무게감이 느껴지는 선수다.

최근 수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못낸 탓에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이경훈은 단연 엘리트 골퍼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일 뿐 더러 한국 메이저 대회인 한국오픈을 2연패한 선수다.

그런 그가 미국에 건너 와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3년간 2부 투어에 있다가 PGA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이번 대회 이전에 이경훈이 마지막으로 탑10에 든건 2019년 11월 RSM 클래식이다. 이후 1년 3개월 만에 저스틴 토마스, 브룩스 켑카 등이 출전한 대회에서 공동 2위를 기록한 것.

대회를 마친 후 이경훈에게 전화를 했더니 ‘샷이 잘되기도 했지만, 마음이 유달리 편했다’고 전했다. 그게 플레이에 정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늘 더 잘하려고 애쓰고, 안달하는 마음을 좀 내려놨다는 것이다. 코스를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고, 스스로를 들들 볶는 편인데, 이번주는 대회 코스도 후반 9홀만 연습 라운드를 했을 뿐, 전반 9홀은 아예 보지도 않고 시합에 들어갔다고 한다. 라운드보다 연습을 더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유있게 준비하다 보니 경기 때 오히려 에너지도 많이 남고,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라운드 전날 이경훈은 잠을 설쳤다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본인이 선두도 아니고 3타 차나 뒤져 있는데, 왜 떨리는거냐고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잠을 청했다. 너무 오랫동안 우승 경쟁에서 멀어져 있어서 그런 감정이 참 오랜만인 탓이었다. 긴장 반, 설렘 반. 마치 첫 대회에 나가는 느낌 같았다.

공동 3위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면서 이경훈은 잘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아예 안하려고 애썼다. 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경기를 망친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 다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경훈은 최종 라운드 내내 결과를 생각 안하고, 생각을 줄이며 플레이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스타 선수들을 보면 위축이 됐는데 당당하게 플레이하고 승부 자체를 즐겼다. 눈에 보이는 지금의 샷에만 신경을 썼고, 쳐놓고는 그냥 가서 보자라는 편한 마음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경훈은 우승 경쟁을 하는 그 긴장감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단다. 진정 경쟁을 즐기는 승부사다. 너무 오랜만에 우승권에 들어 그 짜릿함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이런 기분을 자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경기를 마치고 지인들에게 응원, 축하 문자를 수많이 받았다. 많이들 좋아해주셨다고 감사해 했다. 한국에서도 자신을 많이 응원해주고 있었다는 걸 느끼니 더 마음이 뭉클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사로 잡았다는게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이경훈은 올해 7월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동갑내기로 절친한 안병훈이 지난해 아들을 낳은 것을 보고, 나도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현실로 다가와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이번 준우승과 더불어 그의 커리어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읗 것이다. 늘 묵직하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경훈. 커리어에서도 그의 인성과 마찬가지로 많은 것을 이루어나가기를 기대한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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