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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없는 각자도생, 일본과 손잡아라”

‘미국이 돌아왔다.’ 다자주의를 회복하고 동맹체제를 강화, 다시 주도권을 잡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이다.

그런데 지정학과 인구통계학을 근거로 국제저정세 흐름을 분석해온 피터 자이한의 주장은 정반대다. 그에 따르면, 냉전체제의 미국 주도 동맹체제는 해체되고 미국중심의 세계질서는 종말을 맞는다. 그렇다면 중국이 패권을? 그것도 아니다. 중국은 미국을 대체하기는 커녕 추락과 붕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없는 세계가 되면서 각자도생이 시작된다

이런 시나리오는 좀 의외다.

지금의 세계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소련이라는 전략적 위협에 맞서 동맹 체제를 구축한 데서 비롯됐다. 소련은 붕괴됐고, 중국의 성공은 미국이 제공한 질서 위에서 가능했다. 세계질서 자체가 무너지면 중국도 무너지게 된다. 미국은 중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도 그 질서를 무너뜨릴 것이란 게 그의 논리다.

미국이 구축한 세계질서의 핵심은 동맹체제에 기반한 안보, 미국의 시장 개방, 안전한 해상운송과 안정적인 에너지 유통 등으로, 세계질서의 붕괴란 이 네 요소가 모두 약화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런 징후들은 시작됐다.

2020년1월 한국케미호가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에 나포됐지만 미국은 대응할 의지가 없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도 아제르바이잔의 승리로 끝났다. 터키의 부상, 중국-인도 국경 분쟁 등 모두 미국은 한 발 물러서 있다.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사실상 미국 없는 세계가 시작된 것이란 분석이다.

이제 세계는 안정된 미국과 나머지 미국 없는 세계로 구분된다.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순으로 미군철수가 이뤄지고 동맹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허용된 시장접근은 제한을 받게 된다. 에너지와 자원에 대한 접근, 안전한 해상운송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이 와중에 인구 구조 문제와 자본 부족이 쓰나미처럼 국가들을 덮치게 된다.

저자는 바이든의 미국은 구질서의 전략적 잔재를 놓고 저을질을 하며, 트럼프의 미국보다 더 과격하게 세계와 결별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한다.

미국 없은 세계에서 한국에 대한 조언도 한국어판 서문에 담았다.

한국은 몇 가지 난관에 직면하게 되는데, 북한은 그닥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투다. 김정은 이후 지도력의 공백 상태에 빠지고 붕괴· 해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경제다. 한국의 수출주도 경제 모델이 작동하지 않게 되는데, 이는 단지 산업구조만 뜯어고쳐서는 될 일이 아니다. 더욱 나쁜 것은 상당한 비율의 인구가 은퇴함에따라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할 방법이 없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한 묘법이 또 의외다.

저자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 유일한 나라로 “한국 사람들이 상종도 하기 싫어하는” 일본을 꼽는다.

“일본의 경제는 20년 전 수출주도 성장 구조에서 탈피했고 막강한 해상력을 보유한 일본은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공해상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만사를 중재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저자는 한국은 경제학과 지정학을 모두 거스른 독특한 나라라며,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그 독특함을 절대로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피터 자이한 지음,홍지수 옮김/김앤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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