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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예방 대안에 “아이가 빠졌다”
‘권한·전문성 강화 위주’ 대책
전문가 “아동의사 반영 부족” 지적
“의사표현 어려운 아동 위해
현장 인력 전문성 강화도”

‘천안 가방 살해 사건’과 ‘정인이 사건’ 이후 최근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에서 잇따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아동보호 체계 인력의 권한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 대책에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현장에서 아동학대 조사·수사·사례 관리를 하는 경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아동학대보호전문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현장 조사 등에서 보호자의 반발이 거세다는 지적에 보호자가 조사를 거부할 시 과태료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조사 인력의 민·형사상 책임을 덜어 줄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조사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대책도 포함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조사 역할을 맡게 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잦은 순환 보직을 막는 것은 물론 이들의 직무 교육 시간을 160시간으로 배로 늘리고, 이들이 매년 40시간의 추가 교육을 받게 하기로 했다. 학대예방경찰관(APO)들의 학위 취득 지원과 승진·수당 등의 인센티브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당사자인 아동 얘기가 빠져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의의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고 아동의 전 생애에 있어 어떤 식으로 개입·보호할 것이냐는 등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의 신수경 변호사는 “아동의 권리라든지 최상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논의가 일절 없다”며 “아동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는 대책은 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과 아동이 거주하는 쉼터에 심리정서 치료 상주인력을 지원하겠다는 것뿐”이라고 평가했다.

민변을 비롯한 91개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22일 공동 성명을 통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진단을 회피한 채 단편적인 해결책들만 열거하고 있다”며 “정부는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아동보호 체계의 전 과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아동은 학대에 대한 의사 표현과 판단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이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달 단계가 미성숙한 아동의 의사가 반영되기 어렵다”며 “경찰이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등 공권력뿐 아니라 보육기관이나 입양기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의견 수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아동의 의견을 듣는데 있어 현장에서의 전문성도 중요하다”면서도 “단순히 교육 시간이 늘어난다고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아보전이 세 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그중 두 번이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음에도 아동학대 판정과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안타까운 비극’을 낳았다고 지적돼 왔다. 신 변호사는 “아동학대 판단은 피해 아동과 행위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전제”라며 “아동학대 판단 자체를 경찰한테 다 맡겨서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것 자체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아동보호 체계 인력의 전문성을 키우려면 지식과 현장 경험 등을 통해 학대 사건을 보는 이들의 시각이 길러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아동학대 조사 업무 자체가 힘든 일이다 보니 순환 보직이 아니더라도 이탈하는 인원이 많다”면서도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를 공적 권한을 가진 전문가로 키워 낼 수 있도록 예산 등 적극적인 공적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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