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불행…그래도 사면 말할 때 아니다”
-“대전제는 국민 공감대”…사면 고충 토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이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는 생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두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라는 말도 있어서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도 사면론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신년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 컸던 대목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었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그리고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그런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뿐 아니라 ‘임기 내’에 대해서도 일단 유보적이거나 회의적인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언젠가 적절한 시기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면을 둘러싸고 또 다시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통합에 도움되기는커녕 국민 통합을 해치는 결과될 것이란 생각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차 질문을 받고도 “국민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그런 대통령의 일방적 사면권 행사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 어렵다는 뿐 아니라 그런게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후 가장 뜨거웠던 화두다. 그 사이 사면을 위한 요건이 이미 완성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22년으로 최종 확정받았다. 이 전 대통령의 형량은 지난해 10월 징역 17년으로 최종 결정됐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사면에 걸림돌로 작용됐을 것으로 풀이됐다. 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할 경우 스스로 공약을 깰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뇌물·알선수재·수뢰·배임·횡령 등 부패 범죄에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모두 5대 사면배제 대상인 뇌물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한 것으로 읽힌다. 여당 지도부가 사면 전제조건 역시 문 대통령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여론도 큰 부담이었다.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촛불 정국 속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자칫 여당 내 지지층 반발을 촉발시킬 수 있는 가장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기 때문에, 관련 여론 추이를 살필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하물며 과거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저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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