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윤여정이 제2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만 73세, 데뷔 56년차 배우가 영화와 예능을 오가며 원숙미를 보여주고 있다. 연기 할 때는 ‘리얼’하며, 예능할 때는 누구보다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예능에서는 유머러스함도 갖추고 있다.
영화 ‘미나리’에서 열연한 그는 미국 영화관련 시상식에서 11관왕에 오르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할 가능성을 높였다.
‘미나리’ 배급사 판씨네마에 따르면, 윤여정은 LA, 보스턴,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콜럼버스,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비평가협회와 미(美)여성 영화기자협회, 그리고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까지 미국 연기상 8관왕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샌디에이고, 뮤직시티, 디스커싱필름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까지 추가해 11관왕이 됐다. 특히 보스턴, 샌디에이고, 디스커싱필름 비평가협회에서는 아카데미상 유력 후보인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경쟁을 벌여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을 선택한 한국인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로, 윤여정은 이 가정의 외할머니 역을 연기했다.
해외 매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는 ‘기생충’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로 오를지도 주목된다. 제93회 아카데미상은 오는 3월 15일 후보가 발표되며, 시상식은 4월 25일에 열린다. ‘미나리’는 아카데미상의 전초전격으로 오는 2월 28일 열리는 제 78회 골든글로브상 후보로도 유력하다.
윤여정은 나영석·김세희 PD가 연출하는 tvN 신규 예능인 한옥체험 리얼리티 ‘윤스테이’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손님들을 맞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첫 회 시청률은 8.2%(이하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15일 방송된 ‘윤스테이’ 2회 시청률은 11.7%로 껑충 올랐다. ‘윤스테이’ 대표 윤여정은 메뉴 설명과 함께 주문을 받으며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메뉴를 설명하는 짧은 시간에도 돋보이는 윤여정의 유머러스함은 꼬마 손님까지 만족시켰다.
윤여정은 ‘윤식당’에서는 주방에서 요리를 책임지며 고군분투했지만, 이번에는 주방밖으로 나와 외국인 손님들에게 유머 섞인 영어로 소통하면서 역할이 더욱 늘어났다. 김세희 PD는 “뛰어난 영어 실력의 윤여정 선생님은 ‘오프라 윤프리’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매번 거의 미니 토크쇼를 펼친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키워내야 해 말도 안되게 죽는 역할, 막장극도 했다. 아이를 다 키워놓고 내 미션이 끝나니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 프리랜서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먹고살기 위해 목숨 걸고 연기한 윤여정은 자식들을 키우는 일에서 해방된 60세 이후에는 자신이 하고싶은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작품이 마음에 들거나, 사람이 마음에 들어 참가하게 된다고 한다. ‘미나리’와 ‘윤스테이’도 그런 경우다.
나영석 PD에게 망한다고 말했던 윤여정은 “나영석이 안망하는 이유가 있더라. 그는 굿 리스너다. 후배들의 말을 경청한다. 그에게는 팀이 있고 파워가 생겼다”면서 “그래서 나영석, 이우정이 좋아 믿고 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