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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영수증 이게 뭐죠?”…“환불은 종이영수증만 가능합니다”
-전자영수증만으로 교환·환불 종종 막혀
-업체별 전자영수증앱 별도 설치 불편
-과기부·KT·네이버 등 전자영수증 전방위 확산
종이영수증은 한번 받으면 보고 대부분 버려진다. 그럼에도 매장에서는 환불조건으로 전자영수증 대신 종이영수증을 요구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1. 편의점에서 1만원어치 식료품을 구입한 A씨. 집에 똑같은 상품이 있어 일부 환불을 하려 다시 편의점을 향했다. 전자영수증을 보여주며 환불 문의를 하자 편의점서 돌아온 첫 마디는 “이게 뭔데요?”였다. 편의점 점원은 “그런 거 몰라요. 종이영수증이 없으면 안돼요”라며 환불을 거부했다.

#2. 동네 옷가게에서 1만1900원짜리 티셔츠를 구매한 B씨. 집에서 입어보니 어울리지 않아 환불하기로 했다. 매장에 가서 전자영수증을 보여줬다. 전자영수증에는 결제금액, 결제수단, 거래일시와 사업자번호, 대표자명 등이 적혀 있었다. 단 구체적인 구매 품목이 표시되지는 않고 ‘결제금액’으로만 표시됐다. 이를 두고 점원은 “매장에서 발급한 종이영수증을 가져와야 합니다”라며 환불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불편한 전자영수증

정부가 전자영수증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겉돌고 있다.

올해 2월 부가세법(기재부)이 개정돼 이용자가 동의하는 경우 전자영수증을 송신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신용카드 매출전표에는 세부 거래내역 없이 총 결제금액만 표시되고 있어 거래품목별 가격 확인 및 교환·환불이 안 되는 경우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전자영수증 시스템을 구축한 관계로 업체들 간 상호 연동이 되지 않아 이용자는 업체별로 앱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또 중소가맹점들은 전자영수증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되지 않아 종이영수증 발급에 의존하고 있다.

환경 문제도 전자영수증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연간 발급되는 종이영수증은 180억건이나 된다. 이런 종이영수증이 대부분 버려지고 있다. 종이영수증이 연간 34만 그루의 나무(원목)를 사용하고, 잉크의 인체 유해성(환경호르몬), 재활용 불가(폐기물 처리), 환경오염(온실가스 배출 등) 유발 등의 문제도 적지 않아 전자영수증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KT·네이버 전자영수증 전방위 확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자영수증의 전방위적 확산을 위해 환경부, 경기도, 한국인터넷진흥원, KT, 네이버, NHN페이코, 스마트로, 나이스정보통신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과기부는 “누구든지 발급·이용 가능한 전자영수증 플랫폼 및 모바일앱 구축, 이용확산을 위한 홍보 등의 협업 강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앱을 통해 받은 전자영수증 내역. 세부 거래내역 없이 총 결제금액만 표시돼 교환·환불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중소가맹점도 전자영수증 발급이 가능하고, 이용자는 하나의 앱으로 모든 세부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통합 전자영수증 플랫폼’ 구축이 추진된다.

과기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시범사업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결제 대행을 하는 다양한 VAN(통신회선을 임대해 부가가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독자적으로 구축한 통신망) 사업자들이 연동할 수 있는 표준 기반 플랫폼을 KT와 함께 구축했다.

가맹점의 POS 단말기에서 세부 거래내역이 담긴 전자영수증을 생성하고 플랫폼에 전송할 수 있는 SW 개발과 전국 중소가맹점 1000곳의 POS 단말기 SW 업그레이드 지원을 스마트로, 나이스정보통신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협약기관들은 PASS앱, 네이버앱, 페이코앱을 통해 이용자가 전자영수증을 조회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PASS앱은 내년 1월 서비스를 시행하고 네이버앱과 페이코앱은 내년 중 시행 예정이다.

신용카드 매출전표 용지발급 연 1200억

전자영수증 자체를 신용카드 매출전표에 포함하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전자영수증 활용을 위해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전자적으로 발급할 수 있는 근거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넣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카드업계는 2018년부터 해당 내용을 정부에 건의해왔다. 비용 때문이다. 신용카드 매출전표 용지는 카드사들이 밴(VAN)사를 통해 가맹점에 공급한다. 발급 비용은 한 장당 7원 내외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1200억원 가량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카드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올 2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여신금융협회도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손봤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카드 결제 후 카드 단말기에서 영수증 출력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됐고, 개정 시행령으로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카드사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 전자문서의 형태로 영수증 발급이 가능해졌다.

다만 여신전문금융업법상에는 전자문서로 신용카드 매출전표가 발급되는 게 명시돼있지 않아 전자영수증의 적극적인 활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구 의원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며, 최근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바 있어 종이영수증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자영수증에 다양한 혜택들이 부여되도록 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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