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교수, 미중전쟁 피할 해법 한반도 예시
바이든 정권, 3년후 중국과 안정적 관계 전망
사드문제 등 한중갈등, 비안보적 분야 공조 필요
다극화체계 지향하는 中, 국제사회 책무 다해야
“2004년 중국의 GDP는 미국 GDP의 약 20퍼센트였다.2024년에는 중국이 40퍼센트 더 클 것이다.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이 어떤 발에 무게를 실을지 고민하는 동안 중국이 빠르게 성장해서 결국 미국은 양발 모두 땅에 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중국,새로운 패러다임II’에서) |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세기가 중국의 세기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토론토에서 열린 지식인 토론회인 멍크디베이트에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한 말이다. 이젠 새삼스럽지 않다. 중국의 패권국으로의 부상을 세계가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불신은 여전하다. 국제사회의 규칙을 준수하거나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수면아래 있지만 미·중갈등을 보는 세계의 시선은 불안하다.신흥세력과 구세력간의 부딪힘은 불가피하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지, 리더십의 공백 위기라는 ‘킨들버거의 함정’에 빠질지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 ‘중국,새로운 패러다임II’은 중국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진행해온 최종현학술원의 강연을 엮은 것으로 세계적인 석학 23인의 연구성과를 담고 있다.
5부로 구성된 책은 미·중관계를 비롯, 중국 경제의 부침, 일대일로, 동북아 안보와 한반도, 변화하는 중국과 역사인식으로 이어진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지 한반도 북핵 상황을 빗대 제시한다. 가령 미국의 북한 시나리오 중엔 공격이 들어있었지만 북한을 설득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전쟁으로 비화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앨리슨은 무엇보다 지난 25년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중국의 부상을 꼽고, 현실을 인정하기 싫더라도 미국은 중국과 싸움을 피하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는 미중 관계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향후 관계 전망을 밝혔다. 최근 양국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중대 이익에는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양국은 관계 악화의 한계선이 근본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나빠지기 전에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자췽궈는 미중관계 개선이 3년에서 7년안에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에 따르면, 미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하면,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1~2년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쳐 이후 실리를 따라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주윈한 대만 장징궈 국제학술교류기금회 회장은 ‘중국 부상의 세계적 의의’란 글에서,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기우론자를 향해, 전면적인 군사적 대치라는 측면에선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무역, 투자, 기술, 통신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의 대치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그것에 익숙해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예로 들며, 중국 중심 영화관과 미국 중심 영화관이 있고 두 상영관에 다른 시간대에 들어갈 수 있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 지붕 아래 있고, 전력 공급 등 기본 인프라를 공유하고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무모하고 적대적인 전략을 광범위하게 혹은 장기간 펼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중국이 국제 질서의 전복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다. 어떤 초강대국도 규범과 규칙을 일방적으로 명령할 수 없는 다극화된 세계를 꿈꾼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현존하는 다자간 합의의 중요한 옹호자가 될 것이라며, 격려가 필요한 반면, 중국 역시 공격적인 영토분쟁과 관련,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사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중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와 직결된 동북아 안보 문제와 북핵 문제를 다룬 제4부는 더 현실적이다. 칭화대 리빈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과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기술적인 측면에서 분석했다. 한중간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려면 북핵문제, 사드 문제와 같은 전통적인 안보 문제에서 벗어나 핵 안전과 같은 비전통적인 안보 분야, 즉 정치적 걸림돌도 적고, 민감도가 높지 않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북한의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경우 안전상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북한은 가동중단과 복구를 반복하고 있는데 냉각탑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이는 중국과 한국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사회과학원 리난 연구원은 북핵 문제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게임이 시작될 거라며 중국과 미국, 한국, 북한, 러시아 등 관련국들의 대외 정책 변화를 중국 관점에서 살폈다. 예일대 오드 아르네 베스타 교수는 한국이 중국의 염려와 관심사를 잘 파악해 북한 문제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낼 것을 조언했다. 2016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강연을 담은 것으로 시간차가 있지만 현안을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om
중국 , 새로운 패러다임II/최종현학술원 지음/에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