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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슬픔에 짓눌린 숫자’들이 말하는 것

①587명=지금까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다. 위중증 환자도 185명에 달한다. 지난달 11일에만 해도 위중증 환자는 49명에 그쳤었다. 불과 한 달 새 4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전국의 가용 병상은 고작 17개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이나 전남, 대구, 전북 등 지방엔 아예 병상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②13.8%=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2018년 4.7%였던 것이 지난 9월 13.8%까지 올랐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국민 일곱 명 중 한 명이 자살을 생각했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3%나 많았다. ‘코로나19가 청년의 이행 경로에 미치는 영향’(경향신문)을 보면 26.8%가 지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2018년 이뤄진 유사한 조사(2.7%)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③4277명=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자영업을 그만두고 고용보험을 받은 이들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폐업 후 고용보험금을 수령한 이들은 3404명이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4%다.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 상권의 공실률도 11.3%에 달했다.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 역시 28.5%에 달한다. 그만큼 눈물의 폐업이 많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69조4065억원에 달했다. 지난 1월 말(240조3789억원)보다 29조276억원이 늘었다. ‘빚’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단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가슴을 저미게 하는 숫자들은 끝이 없다. 앞으로도 이 숫자들은 계속 오를 것이다. 고개가 숙어진다.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는 깊고 독하다. 그것도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어 더 불안한다. 현재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3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와 국민 모두 최고로 긴장을 높이자는 마음으로” 직접 회의를 주재하게 됐다고 했다. “방역모범국이라는 세계의 평가에 자긍심을 가져왔습니다…K-방역의 성패를 걸고 총력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입니다…백신과 치료제가 사용되기 전까지 마지막 고비입니다”라고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지만 글뤼바인이나 와플 판매대에서 먹거리를 사서 집에 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지만 하루에 590명의 생명이 죽어가는 형태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어떤 낙관론도 걷어냈다. 단호했다. 하지만 때로는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기도, 수차례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평소의 차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톤을 높이고 주먹을 내지르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 저미는 숫자들은 말한다. 숫자 뒤에 가려져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이들을 기억하라고. ‘방역모범국’ ‘K-방역’ 같은 모호함은 걷어내라고. ‘슬픔에 짓눌린 숫자’들에 솔직하게 행동으로 답해달라고. 그래야 진짜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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