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선물세트 강제 판매 적발

공개 의무에도 무시 ‘위법 소지’

향응 받고 조사정보 제공 의혹도

경찰, 국장급 등 관계자 조사중

공정위 ‘사조 갑질’ 의결서 비공개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조산업의 ‘갑질’ 사건 의결서를 비공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위법 소지가 있는 데다 현직 공무원이 사조산업 측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2일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원판매 갑질사건으로 제재받았던 사조산업의 의결서를 비공개해 왔다. 공정위의 처분은 1심 판결, 의결서는 법원의 판결문에 해당된다.

앞서 지난 1월 공정위는 2012∼2018년 동안 직원들에게 강제로 참치 등 명절 선물을 구입·판매시킨 사조산업에 과징금 15억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법은 사원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의 의결서 비공개는 우선 위법 소지가 충분하다. 공정거래법은 심리와 의결은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결 등의 공개에 관한 지침 제3조에서도 “의결서는 공정위 홈페이지에 게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결서 작성과 2주간의 심사관·피심인 측 의견 청취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3~4월에는 의결서를 공개했어야 했다. 하지만 10월까지도 이를 숨겨왔다.

봐주기 의혹도 있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최근 사조산업 측 브로커에게 조사 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전현직 공정위 관계자 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피의자 중 현직 국장급 고위 간부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조산업은 지난해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자 브로커 윤모 씨를 이용했다. 윤 씨는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을 지낸 인물로, 공정위 관계자들에게 골프·술 접대 등을 하며 사조산업과 관련된 조사 정보를 얻어 사조산업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공정위는 “담당자 실수”라며 지난 20일 의결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결서를 공개하기 전 피심인에 비공개해야 할 영업기밀 등이 있는지 의견 조회한다”며 “그 과정에서 담당자가 누락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결서를 고의로 숨겨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실수라는 공정위 해명에도 의결서 비공개는 전례가 없고, 현직자가 사조산업 측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조산업에 부과된 과징금 15억원은 혐의에 비해 규모가 크지만 당초 심사관 의견에는 검찰 고발 의견도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재직하면서 의결서 공개를 빠뜨렸다는 건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공정위 내부 사정에 정통한 로펌 관계자는 “의결서를 늦게 올릴 수는 있지만 아예 빠뜨렸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3~4월께 인사이동이 있었다고 해도 그런 실수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