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뉴스24팀] 30대 택배기사가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사망한 가운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유가족 측이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과 정부에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 모(36) 씨는 동료에게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문자를 보내고 나흘 뒤인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지난 8일 새벽 4시 28분 동료에게 보낸 문자에는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어제도 2시 도착 오늘은 5시. 돈 벌라고 하는 건 알겠는데…너무 힘들어요'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씨의 사망을 두고 대책위 측은 "(김씨가) 36세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고, 그가 추석 연휴 전주에 배송한 택배 물량은 하루 200∼300개에 달했다"며 '과로사'를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김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동생은 "형이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간 기록이 있다고 하면 조금이나마 (형의 죽음을) 인정할 텐데 (형은) 지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병, 적은 택배 물량 등 한진택배 측의 발언을 듣고 정말 분노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김씨의 사망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정부를 향해 "택배 노동자들이 이렇게 계속 사망하는데 그냥 놔둘 것인가"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사망한 택배업계 종사자는 총 12명이고, 이 중 택배기사는 9명에 이른다.
한편 정부는 최근 택배기사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데 대해 주요 택배사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조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 대책회의에서 숨진 택배기사가 소속된 택배회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사망원인을 조사해 위법사항 확인 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최근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의혹과 관련해 "현재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택배기사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전수 조사해 대필 의혹 등 위법 사항 여부를 점검하고 특히 적용 제외 신청 비율이 높은 대리점 등에 대해서는 신청 과정에 사업주 강요 등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