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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정성 검토’ 실효성 논란…긴급 재정 우회로 검토
2차 재난지원금 기존과 유사 이유
예타·적정성 검토 절차 모두 피해
재정낭비 차단 위해 도입했지만
검토기간 통상 1년 정도 소요
긴급 재정집행땐 걸림돌로 작용

대규모 재정 사업을 할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생략하더라도 별도의 적정성 검토 작업을 하도록 법이 바뀌자 재정당국이 긴급한 재정지출을 위한 우회로를 검토하고 나섰다. 2차 재난지원금 편성 때는 기존 사업과 유사하다는 사유를 들어 예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1일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별도의 예타 면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소상공인에게 100만~200만원씩 주는 새희망자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3조3000억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예타를 거치거나 국무회의서 예타 면제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 3월 1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예타를 면제한 유사한 사업이 있다는 것을 근거를 내세웠다. 신규 사업만 예타 의무 대상이고, 계속 사업이라면 예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사업은 차이가 있다. 1차 추경에 담긴 소상공인 긴급자금 지원은 이번 새희망자금 사업과는 지원 대상이나 규모, 방식 등이 다르다.

현행 국가재정법을 보면 사회간접자본(SOC)사업뿐 아니라 복지·소득이전 사업도 중기지출 규모가 500억원 이상이면 예타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다만 법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 재난복구, 국방 사업, 기타 국가정책적 추진 사업 등 10개 유형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이처럼 기재부가 무리하게 우회로를 이용한 것은 새로 생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의무 조항 때문이다. 지난 3월 유승민 전 의원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예타를 면제받더라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 규정은 올 7월부터 시행됐다.

적정성 검토는 예타에 준해 재원 조달 방안, 중장기 재원 소요, 효율적 대안 등을 분석하는 절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조세재정연구원에 위탁해 연구해야 해 통상 1년 정도 소요된다.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만 예산 편성과 국회 의결을 할 수 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뚝딱 만들어 진행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총 14조원이 투입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급하게 검토가 마무리됐는데, 앞으로는 최소 몇 달간의 논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만약 새희망자금 사업도 예타를 면제하려고 했다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때문에 발빠르게 집행할 수 없었다. 기재부도 이 때문에 ‘계속 사업’이라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앞으로도 번번이 이런 문제에 부딪칠 수 있는 기재부는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소 6개월씩 적정성 검토를 해야 하니 일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예타 면제 절차를 건너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긴급 사업을 위한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정 전문 교수는 “유사한 사업이라도 규모, 성격에 따라 효과성이 달라질 수 있어 예타 면제를 뛰어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적기 대응을 위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과 달리 소득이전 사업은 효과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예타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기 애매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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