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김상훈, 보선 준비위원장 교체

金 “이러면 비대위원장 못한다” 격노

상임위 배분·인물 수혈 등 갈등 심화

김종인 호(號)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당내 반발 속 보궐선거 준비위원장으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를 앉히려고 했으나 사흘 만에 결국 철회했다. 대신 대구 중진 김상훈 의원이 경선준비위원장이란 직함으로 들어섰다. 13일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리더십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단적 사례라는 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당내 혼란상을 두고 “이러면 비대위원장을 못한다”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 거듭 주춤=김 위원장은 당초 ‘진취적인 정당’을 간판으로 걸고 직을 수락했으나, 그 뜻을 제대로 펼쳐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기본 소득, 전일 보육제에 이어 일명 공정경제 3법, 노동개혁 등을 의제로 꺼냈지만 그때마다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김 위원장이 ‘소신’이라고 한 공정경제 3법을 놓곤 그간 우호 관계를 쌓은 초선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도 감당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가 던진 의제 중 상당수는 국민 관심에서 멀어졌다.

김 위원장은 몇몇 중진들이 21대 국회 전반기에 맡지 않기로 한 상임위원장을 국정감사 이후 ‘11대 7’로 나누자는 뜻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심기가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그가 정부여당 책임론을 부각시키고자 ‘18대 0’ 상임위 구도를 이끈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고질적 인물난=김 위원장이 흔들리는 데는 ‘인물난’의 영향도 적지 않다.

서울·부산시장 보선, 대선 등 대형 선거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안에서는 차기 지도자 후보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히 내년 4월 보선 때 지면 굵직한 선거에서 내리 5연패를 하는 것으로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 김 위원장도 이에 대해 전날 비대위 회의에 앞서 비대위원 등을 앞에 두고 “이런 식으로 하면 대선에서 진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최근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주도의 ‘마포포럼’에 참석하는 등 ‘판깔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새 인물 발굴에 대해선 당 내 회의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지율 하락세=쉽게 뛰지 않는 국민의힘 지지율도 김 위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0% 아래로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8일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데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8.9%로 지난주와 비교해 2.3%포인트 떨어졌다. 정부여당이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논란 등 악재를 안고 있는데도 낮아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한 6월 1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5%였다. 7월 1주차에 30%대 진입하더니 8월 2주차에는 36.3%로 더불어민주당(34.8%)을 ‘탄핵 정국’이후 처음 역전했다. 하지만 9월 1주차에 31.0%로 내려앉고, 이번에는 다시 20%대로 돌아오는 등 격차는 다시 벌어지는 모습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중진 의원들 간 감정의 골을 메울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