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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고에 그친 재정준칙, 文정부는 쏙 빼고 확장재정 고집 의지
정부의 준칙 한도, 이미 1.07로 기준 넘어서
한도 이내 복귀하려면 확장재정 수정 필요
하지만 예외 규정 등 통해 빠져나갈 길 열어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재정준칙 한도를 지키기 위해선 확장재정 기조를 수정해야 하지만 정부는 유연한 재정준칙을 통해 확장재정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족쇄를 피해가기 위해 유연성을 강조한 나머지 ‘맹탕’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6일 올해 말 예상 재정건전성 지표를 기획재정부의 재정준칙 한도 계산식에 대입한 결과 1.07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채무비율(43.9%)과 통합재정수지 비율(-4.4%)을 반영한 수치다. 올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지난해 0.13보다 무려 0.94나 증가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에도 0.3에 불과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엔 0.25에 그쳤었다. 단군 이래 최악의 재정건전성 수준을 기록 중인 것이다.

재정준칙 한도 계산식은 해당 연도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값을 곱해 구할 수 있다. 결과값이 1보다 작거나 같으면 준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수칙을 동시에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한국형 재정준칙'의 핵심이다. 재정준칙을 운용하는 전 세계 92개국 중 이처럼 두 지표를 곱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다른 나라들은 통상 두 수치를 동시에 만족하도록 하고 있다.

훨씬 완화된 요건이다. 예를 들어 국가채무비율이 70%를 넘더라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2.5%에 그친다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스스로 내건 건전성 한도를 이미 넘어선 만큼 당장 확장적 재정 기조를 접어야 한다. 현 추세대로라면 수년 내 한도 이내로 재정지표들을 복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도 "확장재정을 계속한다면 2025년에 준칙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국정철학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확장재정을 고집하기 위해 기재부는 각종 꼼수를 부렸다.

먼저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에선 준칙 한도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또 준칙 한도가 적용되는 시점은 2025년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지킬 필요가 없다.

준칙 한도 기준은 시행령에 명시되는 데다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했다.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마음 껏 고칠 수 있다. 안 차관은 "경제위기 등 생각지 못한 여건이 발생하면 한도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준칙 한도를 넘어섰다고 해도 별다른 제재 수단은 없다. 몇 년 안에 한도 이내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도 없다. 재정건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은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재정준칙을 도입했어야 한다"며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재정준칙을 제안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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