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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컴 5호기 누리온, 20개월간 437만건 작업수행…차세대 반도체 신소재도 찾아냈죠”
과학기술정보硏 등 160여개 기관 활용
70억인구 420년 계산분량 1시간내 처리
에너지·바이오 분야 등 세계적 연구성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가 운용중인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KISTI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저장 용량을 1000배 이상 끌어 올릴 수 있는 신소재를 슈퍼컴퓨터(이하 슈퍼컴)를 활용해 찾았다. 이준희 교수 연구팀은 ‘산화 하프늄(HfO₂)’에 있는 산소 원자에 전압을 가하면 원자간 탄성이 사라지는 물리 현상이 일어남을 발견했다. 물질에는 전자와 원자의 수가 많아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성능을 예측하는 데 슈퍼컴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이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슈퍼컴을 활용해 성능 테스트하는 작업이 필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정교한 계산 시뮬레이션 기능을 갖춘 슈퍼컴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슈퍼컴은 연구개발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첨단 연구장비다. 과학기술 개발은 물론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기초연구부터 국가적 위기 상황을 예측·방지할 수 있고 제조업 발전과 의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구축한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이 연구개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계에서 17번째로 빠른 슈퍼컴인 누리온은 초당 2.57경번의 연산이 가능, 전세계 인구 70억명이 420년 동안 계산할 양을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빛이 1m를 움직이는 아주 짧은 시간에 8570만번 실수 연산을 할 수 있는 속도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누리온은 현재까지 160여개 기관에서 3000여명의 연구자가 437만여 건의 작업을 수행했다.

KISTI는 ‘초고성능컴퓨팅 기반 R&D 혁신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엄선된 연구에 슈퍼컴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협착이 있는 관상동맥 내 혈류 유동 분석과 예측 연구, 차세대 나노스케일 초고속 소자를 위한 2차원 물질 설계 연구 등 405개 과제를 선정해 총 92억 CPU 시간을 지원했다.

나아가 누리온은 첨단 소재,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우주진화 등의 연구를 지원하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년이 조금 못 되는 기간의 정식 서비스를 통해 NSC급 저널 12편을 포함해 총 275건의 학술논문을 유발했다. 평균 인용지수 6.32로 대부분의 연구결과가 최고 수준의 학술저널에 발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정훈 박사는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흡착제 개발에 슈퍼컴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슈퍼컴의 양자계산을 통해 금속유기골격체(MOF)가 수분이 존재하는 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련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UNIST 김광수 교수 연구팀은 슈퍼컴으로 사전 계산을 통해 탄소 기반 소재에 백금(Pt)을 균일하게 분산시킴으로써 상용 촉매에 비해 17배 가량 뛰어난 수소 생성 촉매를 개발했다. 백금(Pt) 단일원자 촉매로 단순하면서 고속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대규모 에너지저장·전환 소재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최선 교수와 서울대학교 이정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간암세포의 생존에 필수 아미노산 ‘아르기닌’이 세포질로 이동하는 것을 저해함으로써 간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아미노산 대사 제어뿐 아니라, 비알코올성 간질환, 간섬유화·경화 및 간암 발병에 관여하는 막 단백질인 ‘TM4SF5’의 기능을 저해하는 억제 물질 결합구조 분석에 슈퍼컴의 도움을 받았다.

이외에도 세계 수준의 거대문제 해결에도 슈퍼컴의 역할은 빛났다. 누리온은 극한영역에서의 난류 열전달 현상을 세계 최초로 해석 온도 차이와 난류 강도에 따라 난류에너지 생성의 변화과정을 밝히고 열전달 현상의 특성 규명 등을 지원했다. 또한 연구자들이 거대문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십만 개 이상의 코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의 대규모 병렬처리 기술을 개발·지원하고 있다.

누리온 구축으로 연구자들은 슈퍼컴 4호기 때보다 45배 이상의 코어를 활용 할 수 있게 됐다. 사용 시간도 25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누리온은 99.5% 이상의 높은 시스템 가동률을 보임으로써 운영측면에서 세계 유수의 슈퍼컴퓨팅센터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염민선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슈퍼컴의 안정적 운영과 대규모 병렬처리 기술을 지원해 국내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등을 통해 슈퍼컴으로 국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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