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22일 비대면 유엔총회서 영상 연설
연설문 작업 마무리…대북 제안 등 담길 듯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등 공조 당부 전망
코로나ㆍ수해ㆍ태풍 피해 등 북한 호응이 변수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일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연설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판을 짜자’는 기조의 대북 제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협상 등 현재 교착상태인 남북미 관계를 전향적으로 바꾸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과 국제사회에 던진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남북 대화를 이끌어낼 사실상 마지막 대북 제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등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변수는 역시 북한의 반응 여부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오는 1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하는 유엔 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상 첫 비대면(언택트) 방식으로 열린다. 문 대통령은 22일 ‘일반토의’에서 각국 정상 중 9번째로 영상 연설을 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연설문 작업 등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특히 대북 메시지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엔총회 연설이 남북 혹은 남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임기 중 마지막 기회라는 게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북미관계보다는 남북문제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엔총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랜만에 세계 주요국 정상이 참여하는 다자회의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국제공조와 함께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무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이 대화에 재개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인 대북제재 완화 등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동참해야한다는 메시지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도 이번 유엔총회는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 직후 개최되는 만큼 문 대통령의 연설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 공조를 요청하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를 실천하면 우리와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북한이 얼마나 호응하느냐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로 봉쇄한데다가 지난 여름 수해에 태풍피해까지 겹쳐 최악의 상태다. 문 대통령은 연초 신년사부터 꾸준히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제안을 내놨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회복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남북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등 협력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 협력 의사를 재차 밝혔고,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생태·안전 협력 등을 통해 멈춰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추동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코로나19과 수해 피해를 매개로 인도적 지원 등 유화적 손길을 내밀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외부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